왜냐면
참정권보다 시민권 획득이 더 시급하고동포사회의 분열과 갈등 조장할 수 있다
국외 정당지부 운영예산 등 낭비 초래
당리당략 기회주의자들이 활개칠 우려
동포재단 예산 늘려 실질적 도움줘야 재외동포들의 이민 역사는 1850년대 계속된 흉년으로 살길을 찾아 북간도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150년이 흐른 지금 750만 동포가 5대양 6대주에 흩어져 열심히 살고 있다. 대한민국 고위 관료나 정치인들은 동포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같이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국력이요 최일선 민간외교 사절이라고 칭송한다. 말이야 옳다. 그러나 대한민국 재외동포 정책은 어떠한지 두 가지 사례를 보자. 이주 역사 100년이 지나도록 동포들의 명칭 하나 통일하지 못했다. 교민, 교포, 해외 거주민, 해외 한민족, 동포 등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동포로 정리했다. 또 대한민국 5천만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750만 재외동포 지원을 주관하는 재외동포재단 1년 예산은 약 3300만 달러로 3만~5만명이 살고 있는 1개 군 예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나 정치권에서 5년 전부터 재외동포 참정권 운운하는 것이 진정 동포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동포 사회를 이용하려는 것인가? 지사·상사 주재원이나 유학생 등 단기 체류자는 마땅히 부재자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영주를 목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들의 참정권은 반대한다. 왜 반대하는가? 1. 다른 민족에 비해 짧은 이민 역사를 가진 우리들의 권익 보호, 권익 신장과 2세들의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서는 투표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시민권 취득이 시급하다. 모국의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가 오히려 시민권 취득을 지연시켜 자손만대가 살아갈 삶의 터전 정착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 재외동포 참정권은 동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표가 몇 퍼센트 나오며, 호남에서 한나라당 지지표가 몇 퍼센트 나오는가. 지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주요 도시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 후원회가 조직되었다. 지지자 출신 지역을 보면 이명박 후보 지지자 90% 이상이 경상도 출신이고, 정동영 후보 지지자 또한 90% 이상이 호남 출신이었다. 이렇게 잘못된 패거리 지역감정 선거를, 왜 외국 동포 사회에까지 정착시켜 열심히 살고 있는 동포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하는가. 3. 재외동포 참정권이 부여되면 국가 예산이나 각 정당 지부 운영비 등으로 외화가 줄줄 샐 것이다. 그 예산이 동포재단 예산으로 바뀌어 자라나는 2세들의 한글 교육이나 전통문화 예술 및 모국 역사 교육에 쓰인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4. 각 정당이 외국 주요 도시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간판을 내걸고, 동포 사회 간부들에 대해 모국 초청 경쟁을 벌인다면, 시류에 편승하는 해바라기성 기회주의자들의 농간이 판을 칠 것이다. 좋은 예로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김혁규씨나 김대중 정권 시절 박지원씨를 보라. 몇십 년을 미국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정치인이 된 뒤 얼마나 재외동포에 대해 관심을 보냈는가. 5. 정부를 대표하는 주재 공관도 제 기능을 못할 것이다. 각 정당 지부에서 유력 인사들의 이름을 팔아서 얼마나 압력을 가할지 뻔히 보인다. 6.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동포 사회가 필요해 만든 모든 단체는 공멸하고 오직 한국 정당 간판만이 난무할 것이다. 필자가 2004년 모국 방문 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을 예방하여 이런 상황을 전했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무수히 미국을 다녀갔다. 그들은 동포 사회의 애환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어느 정치인도 동포 사회를 진정으로 아끼는 대변자 구실을 하지 않는다. 재외동포 100년 대계를 위해서는 선거법에 명시된 재외 영주권자의 참정권을 재외 지사·상사 주재원이나 유학생 단기 체류자로 국한시키는 법 개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창범/전 시카고 한인회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