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삼국유사 서동설화는 천년을 살아남은매혹적 스토리구조의 대표 문화콘텐츠
익산 서동축제는 뮤지컬·연극·전시 등
문화콘텐츠 발전시키는 향연의 장
진위 논쟁보다 설화 지키기 힘써야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사리봉안기의 명문에 미륵사는 “639년 좌평 사탁적덕의 딸인 백제 왕후가 세웠다”는 기록으로 인해 서동설화의 진위 문제가 불거졌다. 굳게 믿고 있던 서동과 선화의 낭만적인 로맨스와 마를 캐던 농부가 일국의 왕이 된 영웅신화가 순전히 뻥이었다니,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익산은 도시 전체에 서동과 선화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23년 동안 서동축제가 열린 서동설화의 도시다. 서동의 영웅적 삶과 서동·선화의 사랑을 기리는 프로그램과 서동설화를 뮤지컬과 동영상(UCC) 등 여러 가지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즐긴다. 서동축제는 서동 선발, 서동·선화 혼례식, 무왕 제례를 통해 서동의 영웅적 삶을 구현하고 뮤지컬, 연극, 전시 등을 통해 서동을 기념한다. 특히 서동축제의 백미는 익산에서 뽑힌 서동과 경주에서 뽑힌 선화가 서동축제 첫날 삼국시대 궁중 혼례식을 올리는 ‘서동·선화 혼례식’이다. 이 ‘서동·선화 혼례식’을 보기 위해 익산 시민들은 축제 전날 경주를 방문해서 경주 시민들을 관광버스로 한 차 가득 모셔 오고 경주 시민들은 혼례식에 참석하는 혼주가 되어 먼길 마다 않고 혼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동·선화 혼례식’은 고증에 의한 삼국시대 궁중 혼례식 재현의 의미도 있지만, 전라도와 경상도의 꽃남, 꽃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동서화합이라는 제법 비장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밖에도 전국 전래동요를 현대 가요로 만드는 대학생 중심의 서동요가요제, 서동요를 현대음악으로 작곡해서 벌이는 댄스경연대회, 전국 짝사랑 유시시 대회, 설화 주인공 캐릭터 공모전 등 서동설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축제다. 역사는 역사대로 고증하고 설화는 문화콘텐츠로 문화상품화하는 축제다. 서동설화의 진위 논란과 더불어 얼마 전의 ‘다빈치 코드’ 열풍이 생각난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사실과 허구를 조합해 만든 팩션(faction) 작품으로 진실과 믿음의 경계, 무신론과 유신론의 대립, 금기와 음모론 등 역사와 상상이 혼동되도록 버무려져서 소설은 물론 영화, 게임, 다큐멘터리까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소설을 쓰지 않았고 일연은 서동설화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삼국유사>라는 야사를 쓰지 않았다. 서동설화의 진위 논란에 당황하는 관계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남들은 없는 설화도 만들어내고 스토리텔링화하고 환상을 상품화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서동설화는 세계적인 설화들이 갖는 아버지 부재-영웅 고난-러브스토리-해피엔딩이 모두 들어 있는 한국 대표 문화콘텐츠이며 천년을 살아남았을 만큼 강력하고 매혹적인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못한 것이 뭐란 말인가? 서동요나 서동설화가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는 것보다 서동요나 서동설화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 기회에 대한민국 대표 상품이 될 수 있는 설화와 전설을 발굴하고 무형문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문화정책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일까? 남정숙 문화기획자·익산서동축제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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