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사탐·과탐 한과목씩 줄이면서인문계 수학 미적분 공부하게 한 건
사교육 오히려 증폭시킬 가능성
진로에 맞는 능력개발 시켜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응시 과목 수가 한 과목씩 줄고,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리 ‘나’형에 미적분을 추가하는 수능체제 개편 시안이 발표되었다. 이 시안은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면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응시 과목 수를 줄이고 자연계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도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자연계 학생들도 모든 전공에서 미적분이 필요한 것은 아닐 터인데, 하물며 인문계 학생들이 왜 미적분을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미적분이 필요한가? 아니면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가? 미적분을 공부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학생들이 주어진 시간에 미적분을 푸는 것보다는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본인에게나 사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한 능력을 키우려면 시간을 내어 광범위한 독서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나 토론도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연계열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학습 부담이 큰 수리 ‘가’형으로 시험을 보지 않고 미적분이 없는 ‘나’형으로 시험을 보고 입학한 후,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러한 문제가 있다면 교차 지원을 금지하거나 불이익을 주든지, 아니면 대학에 들어와서 필요한 부분을 더 공부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리 ‘나’형에도 미적분을 포함시켜 인문계 학생들에게까지 불필요한 부담을 주어야 할지 의문이다.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높아야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어느 수학 교수의 말을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 수준은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 최다 배출국인 미국보다 2년 가량 앞서간다고 한다. 수학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권장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그 분야의 재능을 개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 등 몇몇 특정 과목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각자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자유롭게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게 되면 창의성이 길러지고 결국 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응시 과목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다고 생각해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리 영역처럼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교육으로 생긴 가계의 부담은 주로 영어나 수학 등 학습량이 많은 과목들 때문이다. 그 과목에 대한 학습 부담을 모든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지울수록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사교육이 확대될수록 공교육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며, 인성교육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요구되는 바람직한 자질과 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조성민 한국교원대 교수·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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