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미네르바’에겐 유언비어 유포죄로 입단속주가 3천까지 간다던 대통령의 ‘루머’는?
정책 실패의 희생양만 찾는 현 정권
자기모순은 스스로 목을 죄는 족쇄로 한 인터넷 논객의 글 몇 마디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의 한 논객이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리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어느덧 개인개인의 한마디가 사회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변화시켜 놓았다. ‘미네르바’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와 동일한 신으로 지혜의 신 정도로 이해되곤 한다. 그런데 또 한 명의 미네르바는 마치 ‘경제의 신’ 정도로 누리꾼들의 관심을 넘어 정부기관까지 그의 한마디에 집중을 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누구도 ‘미네르바’라는 논객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서 나오는 예상들이 몇몇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잘 나타내 주고 있으며, 몇몇은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글로 예상한 몇몇 시나리오는 한국 사회에서 그를 정말로 ‘지혜의 신’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한국 사회가 그를 ‘지혜의 신’으로 인식하게 한 배경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정권이 바뀌고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현재 경제시장에서 유효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은 현 경제 문제를 두고 정부 정책이 아닌, ‘미네르바’의 예언에 더 희망을 거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문제는 ‘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이 일반 시민들에서부터 정부 관계자들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논객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인터넷 세상은 또 한번 큰 파장이 일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경제가 루머에 의해서 흔들릴 정도로 가벼운 경제시장이 되어버린 것인가? 현재 한국 경제 위축의 원인을 정부가 그들의 정책에서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큰 문제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현 경제의 문제점은 모두 이전 정권의 문제요, 세계의 경제적인 추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계에 떠도는 헛소문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 인터넷 논객의 글을 가지고 한국 경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루머 유포를 근거로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딘가 이질적이지 않은가? 우연하게도 우리는 한국의 경제에 대한 또다른 ‘루머’를 들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한번 기억해 보자.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 이명박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코스피(KOSPI) 3000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증시는 그때의 반토막이 되어 버렸지만, 그 원인을 위의 세 가지 이유로 전가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지금 누구는 ‘유언비어 유포죄’로 불안해하고, 누구는 과거에 했던 말을 말끔하게 잊어버리고 “경제를 살리자!”고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모순적인 단면들을 지울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킨다.
중요한 점은 ‘미네르바’의 글에 나타난 ‘한국 경제의 위협 요소들이 진실인가 혹은 거짓인가?’라는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과 정부는 분명하게도 다른 격을 가진 존재다. 무엇이 현 정부의 정책을 그렇게도 가볍게 만들어 버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의견으로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로 굳어져 버린 것만 같다. 그것이 ‘미네르바’이든 혹은 ‘이명박’이든 아니면 ‘강만수’이든 간에. 이명박 정부는 위기 때마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의 희생양을 찾기에만 급급했다. ‘내 탓이 아니오’라고 도망만 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이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소”라고 말이다. 정부가 정부로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더 큰 죄가 아닌가? 현 정부가 만들어낸 자기 모순들은 결국 스스로의 목을 죄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법철학>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네르바는 그리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말한다. 그녀는 부엉이를 좋아하여 항상 부엉이를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이는 이성적인 철학이나 진리에 대한 인식은 그 시대에 선행하기보다 끝 무렵에나 알게 된다는 뜻이다. 우연하게도 논객 ‘미네르바’의 글들이 옳든 그르든 간에 사회가 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린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든 한국 경제계든 하루를 놓고 보면 이미 황혼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닐까? 이대로 해가 지든지, 혹은 내일 새로운 아침을 맞을 것인지는 지금부터 달렸다. 송완수 경기 광명시 광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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