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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30 21:04 수정 : 2008.11.30 21:04

왜냐면

대북관계 살얼음에 이산가족 밤잠 설쳐도
“전단 살포 헌법상 권리인데 어떻게 막냐”며
정부는 팔짱끼고 미필적 방관만
민족 내부의 새 분쟁 국면 조성해서야

“개인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 진정한 의미의 근대 시민혁명의 열매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인권선언(1791) 서문상의 내용이다. 200년이 훨씬 지난 21세기에도 각 나라 헌법에서 꽃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 보장의 선진성을 판가름하는 이 잣대가 우리 헌법에는 없다. 유치원 교육부터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이러한 기본권의 한계에 대해 깊이 있게 교육을 하는 기회 또한 없다. “내 권리 내가 행사하는데 왜 간섭이냐?”거나 “나 살기 위해서는 이웃은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다”라는 식의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기본권이 독초처럼 만연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 사법, 경제, 사회, 교육, 총체적 영역에서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득세하고 있다.

이웃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통치기능의 최첨병이라 할 수 있는 군대와 경찰력까지 동네북 정도로 여기는 기형적 법치국가로 전락해 가고 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그 어느 나라도 이렇게 막가는 법치국가는 없다. 그럼에도 초고속 제3의 물결을 타고 몰아닥친 세계적이고 세기적인 경제위기의 파고에서 국민을 구해 낼 항해도를 정밀하게 그리느라 밤잠을 설쳐도 부족할 정치권과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단적인 예로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방관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는 인식 아래 “헌법상 권리를 행사하겠다는데 무슨 수로 막느냐”는 식으로 미필적 방관을 하였다. 그 결과 남북관계 급랭이라는 한파로 폭설에 나뭇가지 찢어지듯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로 초겨울 밤이 짧기만 하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관광 취소로 입을 관련 기업의 영업 손실이나 여행객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 또는 행복추구권 제한 정도는 숨고를 겨를이라도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이미 입주해 있던 88개 기업과 1600여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연속이다. 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남북관계 급랭 국면에서 밤잠을 설쳐야 하는 1천만명에 이르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행복추구권과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경쟁력까지 생각한다면 ‘대북전단 살포의 자유’는 이제 자제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 법치국가 헌법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기본권의 내재적 한계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급랭 요인이 전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에만 있지 않다 해도 북쪽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이제라도 자제되어야 한다. 이를 이념논쟁으로 폄하시키며 민족 내부의 새로운 분쟁 국면이 조성된다면 좋아할 사람들이 있다. 한민족을 동서남북으로 분열시키기 위한 노력을 집요하게 해 온 일본 극우분자들과 그들이 길러낸 민족 내부의 문하생들이다. 이들에게 미소를 안기지 않으려면 북 또한 자제와 협력을 통해 민족공영의 대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당위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민족문제에서 ‘코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본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헌법적 당위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도 민족의 화합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역설하였던 백범 김구 선생의 유언을 남북 성원 모두가 실천할 시점이다.

홍원식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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