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2007년부터 매년 5% 장애인 교원 선발따라그해 응시했으나 시험시간 너무 짧아 낙방
교육부·교육청·인권위·정당 등 진정서 전전
1년여 만에 개선돼 이듬해 천신만고 끝 합격
의무고용 할당률 채우기 급급 아직 문제점 많아 2008학년도 충청남도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천안인애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1급 시각 장애인 교사다. 2006년부터 정부의 장애인 고용의무 직종에 초등·유치원·중등교사가 포함됨에 따라 약 5천여명에 해당되는 장애인 교사의 충원이 필요해진 정부는 장애인 구분모집을 통한 교원임용시험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 교원의 2%가 장애인 교원으로 충원될 때까지 해마다 5%의 장애인 교원을 선발하기로 하였다. 구분모집이 시작된 2007년, 공주대 특수교육과 4학년생이었던 나는 한창 임용시험를 준비하고 있었다. 장애인 구분모집 소식을 듣고 기뻤으나 교육 당국으로부터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다. 임용시험에서 화면 낭독 프로그램은 물론 어떤 보조기기도 불허하였고 문제지는 오로지 점자로만 되며 시험 시간마저 터무니없게 배정하였다. 교육학 50문항에 비장애 학생 60분, 시각장애 학생 70분, 전공은 비장애 학생에 비해 30분밖에 더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시각장애인 대학생들은 사법시험, 수능시험에서도 전맹 시각 장애인 학생에게는 1.5배의 시간을 배정하는 점과 점자의 촉독 속도가 비장애인에 비해 전체적으로 2.3배 이상 뒤처진다는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며 시험 시간만이라도 연장해 주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평가원, 16개 시·도 교육청의 반응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떠넘기기에 급급하였다. 나를 비롯한 사범대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대학생들은 ‘합리적인 시험 편의 기준 마련 요구서’라는 성명서를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정당 홈페이지, 교육과정평가원, 시도 교육청 등에 올려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시험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고 결국 15살 때 중도 실명한 내 점자 속도로는 교육학과 전공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그만 낙방을 하고 말았다. 이렇게 시험에 떨어진 후 한참 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07년 7월 국가인권위는 시각장애인에게 1.5배의 임용시험 시간을 부여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다행히도 이러한 권고를 교육청은 받아들여 2008학년도 임용시험부터 시행돼 나는 문제를 무사히 풀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피해야 할 암초가 많다. 그중 하나로 장애인 구분모집 인원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교사의 경우 교대에 재학 중인 등록 장애인 자격을 가진 응시 예상자 수보다 훨씬 많은 수를 모집 정원으로 하고 있는 반면, 시각 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특수교육의 모집 정원은 지속적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초등교사와 일부 중등 교과의 경우 장애인 응시자 중 합격 인원이 모집 정원에 미달하면 미달된 인원을 비장애인 교사로 충원할 수 있어 결국 추후로 임용될 수 있는 장애인 교사의 수는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장애인 교원 임용 회피의 빌미도 줄 수 있다.
경증 장애인 위주의 임용고사 합격률도 문제 있다. 장애인 구분모집에는 장애인으로 등록이 돼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등급에는 제한이 없다. 이러한 상황은 본래 취지와는 상관없이 장애인 의무고용 할당률만 올리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선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현재 모집 정원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상대적인 비율을 절대 모집 인원으로 할당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모집 정원의 5%를 임용하기 때문에 20명당 1명의 선발로는 20명 미만 선발하는 과목의 경우 장애인 정원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인 미임용 시에 비장애인 교원으로 충원하는 것을 폐지하고 다음해 정원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장애인 임용에서 등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데에는 중증 장애인의 임용에 문제가 있으므로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1~2등급의 장애인들이 4~6등급의 장애인보다 공부하는 데 더 힘든 것은 사실이다. 셋째, 장애인 임용 후에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여 체계적인 직무분석을 통해 적절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현재 나는 충남 교육청의 배려로 업무 보조와 학생 생활지도에 도움을 주실 특수교육보조원이 배치되어 비교적 원만하게 학습지도와 교무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김홍엽 천안 인애학교 교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