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에콰도르 생물의 권리 개정헌법에 포함개헌 논의 자연권 진지하게 고민을 지금 세계가 에콰도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28일 국민투표를 통과한 에콰도르의 헌법 개정안 때문이다. 새 헌법의 요지는 석유·통신과 같은 기간산업을 국가가 통제하는 권한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유휴농지를 몰수하여 재분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때마침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가 에콰도르의 선택을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시장 자율이냐, 국가 개입이냐! 무엇보다 에콰도르 헌법이 21세기 새로운 가치인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군대 주둔을 불허하고, 바다거북, 바다도마뱀, 물개와 같은 생물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그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펼쳤다. 법은 지극히 인간중심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 해결이 법의 존재이유다. 따라서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 질서를 반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인간을 중심으로만 사고하기에는 분명한 한계에 봉착했다. 보통 법에서 인간을 넘어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뭇 생물들이 지구에서 영구히 살아가고 재생산하고 진화할 권리, 곧 ‘자연의 권리’ 조항을 헌법에 포함하였다. 법이 인간을 넘어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한 차원 진보한 사건이다. 이제 에콰도르에서는 국가가 생물의 멸종과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국가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자연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고 적격조차 인정받지 못해 각하되었던, ‘천성산 도롱뇽 소송’이 에콰도르에서는 가능케 되었다. 200년 전 여성 선거권을 통해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새 시대를 선언했던 것처럼, 이제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헌법의 시대를 열자. 여성 선거권으로 민주주의 발전의 한 획을 그었던 것처럼, 한발 더 민주주의 진보를 향한 발걸음을 뗄 때다. 지난 7월부터 우리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였다. 개헌 논의를 추진하는 ‘미래한국 헌법연구회’는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67명이 참여하여, 가장 많은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연말이면 개헌 초안이 마련될 것이다. 앞으로 20년을 지탱해줄 새로운 토대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가치는 무엇일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헌논의에 인간을 넘어선 다른 생물에 대한 존중, 자연의 권리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연경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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