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한겨레를 읽고 / 정정훈 변호사 칼럼 ‘불법노동자는 없다’ 반론 한국에 인력송출국가 15개국엄청난 경쟁 뚫고 고용 허가
취업자리 보장돼야 입국할 수 있어 사소한 것이지만 사람이 굉장히 허탈해질 때가 있다. 버스타려고 줄서서 기다리는데 슬그머니 끼어들어서 먼저 차지해 버리는 사람을 볼 때이다.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고 질서를 지킬수록 손해본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외국인근로자 문제도 그러하다. 세계 어느 나라나 완전한 인력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는 없다. 헌법학자들은 외국인에게 취업을 허용할 것인지, 어떤 분야에 허용할 것인지, 어떠한 조건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 사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인의 국내 취업에 대한 기본 질서를 잡기 위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와 인력 송출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고 합법적으로 근로자를 송출하는 국가는 15개국에 이르고, 해당 국가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고용허가를 받아 우리나라에 오게 된다. 한국에 합법적으로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 시험이라는 관문도 통과해야 한다. 지난 한 해 13만여명이 한국어 시험에 응시했고 이들 중 4만명이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했다고 해서 모두,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취업할 자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정훈 변호사가 쓴 <한겨레> 칼럼을 보면 “내국인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막을 수 있도록 미등록 이주노동자(다른 말로 하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이다)의 조직화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주장은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해 합법적으로 국내에 취업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정말 허탈하게, 바보로 만드는 주장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 외국인)의 대부분이 취업허가 없이 단순히 관광비자 등으로 들어와 국내에 눌러앉은 사람들이다. 법 지켜가면서 규정대로 어렵게 어렵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기체류자로 그냥 들어와 법을 어겨가면서 취업하고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을 조직화해서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더 이롭게 하자는 주장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정정훈 변호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노조를 만들면 이들이 노조의 본래 목적인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다. 실제로 최초로 불법체류자가 주축이 되어 조직화하려고 한, 가칭 서울경기인천이주노조(노조법상 노조 아님)의 경우 그 규약상 목적에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반대 및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의 주된 활동 역시 대부분 ‘불법체류자 단속·추방 중단 및 합동단속방침 철회’, ‘불법체류자 전면합법화 촉구’, ‘고용허가제 반대’를 내걸고 지속적으로 시위 등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 변호사 주장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조직화는 외국인 취업의 기본 질서가 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과 ‘출입국관리법’을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것은 우리나라가 법 지키는 사람보다 법 안 지키는 사람이 더 잘되는 나라가 되게 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가 될 것이다. 김경선/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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