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기륭전자 분회장 94일 단식투쟁에도어느 것 하나 풀리지 않은 잔혹한 투쟁
비정규직 투혼의 희망은 연대의 손길
촛불시민들의 만인 선언 들불 되길 죽는 것 빼곤 다해 봤다던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이 죽음을 넘어 94일의 단식투쟁을 단행했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비참은 94일을 굶어도 절대 변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금역임을 증명했다. 정말 빌어먹을 일(?)이다. 이랜드·코스콤, 그리고 고공농성 중인 케이티엑스(KTX)-새마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중 어느 하나 풀린 것이 없다. 일 년이 넘기 전에, 명절이 오기 전에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또 그런 기대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끝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사람들의 바람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굶지 말고 싸우자며 밥솥·프라이팬·톳·국수·배·사과·포도·닭죽·송편·떡·물김치·갓김치·홍삼고·황태채·오징어 …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추석 선물이 기륭 농성장에 전달됐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평생 가장 많은 추석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 누리꾼, 종교 사회단체 대표들, 대구, 전주 등 지역에서까지 릴레이 단식이 진행되고 있다. 마라도, 원주, 저 멀리 미국에서까지 투쟁 연대기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륭 분회 조합원들은 고맙기보다 미안하고 또 슬프다고 말한다. 94일을 굶어도 풀리지 않는 이 잔인한 현실에서 낙관을 갖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한다. 낙관할 수 없는 투쟁, 법이 조금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투쟁, 이 잔혹한 투쟁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 투쟁이다. 눈물이 난다. 94일의 단식에 맞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끝내 사수했다고 경총과 노동부와 국정원과 기륭자본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을까? 정말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비정규직의 비참은, 영구불변이라는 냉혈 자본주의는 또 영구불변이어야 하는 것일까? 민주주의가 회칼에 난자당하고, 생존권은 죽음을 걸어도 풀리지 않는 2008년 대한민국에서 솔직히 우리가 할 일은 너무나 적다. 원로 어른부터 학생들까지 마음만 있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무력감을 호소한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이 안타까운 마음을 다시 한 번 모으는 길밖에 없다.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의 목숨을 건 투혼을 이어갈 실낱 같은 연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길이다. 기륭을 넘어 전체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혼으로, 닭죽을 쒀온 촛불 아줌마의 정성으로, 그리고 오체투지의 순정으로 피우는 모든 종교·사회단체들의 연대와 단결로 나아가는 길만이 ‘개별의 절망을 우리 모두의 희망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첫걸음이 기륭전자 공대위와 사회 원로 어른들의 발의로 시작해 9월23일 전체 노동·사회운동과 촛불시민들이 호응한 ‘만인 선언, 만인 행동’ 운동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미래와 희망이 달린 구조적 문제요, 전체의 문제임을 확인하는 ‘만인 선언, 만인 행동’에 우리 사회 양심세력들의 전면적 호응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힘으로 언론과, 사회 공공성과, 자주권을 지키는 제2기 촛불 행진이 힘차게 지펴지기를 희망한다.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는 그 역사적 출발로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만인 선언, 만인 행동’에 많은 이들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바란다. 꿈은 이루어진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법률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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