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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5 15:01 수정 : 2005.10.25 17:07

한국인 청구 기각, 대만인엔 승소 판결

일제 식민지 시절 요양시설에 강제 수용됐던 한국 한센인과 대만 한센인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같은 법원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일본 도쿄지방법원 민사3부는 25일 소록도갱생원에 강제 수용됐던 한국 한센인 1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거부한 행정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같은 법원 민사 38부는 현지 수용시설인 낙생원에 수용됐던 대만 한센인 25명이 제기한 같은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민사 3부는 판결에서 "요양시설 수용자가 받은 편견과 차별의 원인의 일단이 전쟁전 일본의 격리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원고측 주장을 일부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 심의과정 등에서 외지(외국)에 있는 요양소 수용자도 보상대상이라는 인식은 없었다"고 지적,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비해 같은 법원 민사38부는 "한센병보상법은 요양시설 수용자를 폭넓게 구제하기 위해 특별히 입법한 것으로 대상시설을 제한하려는 취지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원고측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대만 한센인의 청구에 대해 "당시 일본의 통치권이 미친 지역의 시설에서 다른 요건은 충족되는데 대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자를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 원고측 변호인인 박영립 변호사는 "아쉽지만 엇갈리는 판단이 나온 만큼 법원의 양식을 믿고 항소해 반드시 승소하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대만 낙생원 재판부가 정의와 평등의 입장에서 한센병 보상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반면 소록도 재판부는 입법 당시 행정부가 외국시설을 포함하거나 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한센인들은 재판에서 "수용시설은 일제 통치하에서 천황의 칙령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일본의 국립한센병요양소에 해당한다"면서 "한센병보상법에는 국적과 거주지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측은 "한센병보상법은 2차대전후 국내에서의 격리정책의 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후 주권이 미치지 않게된 외국시설 수용자는 보상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구마모토지방법원이 나병예방법(1996년 폐지)에 따른 강제격리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그해 제정된 한센병보상법에 따라 수용기간 등에 따라 1인당 800만-1천400만엔을 보상해 줬다.

한국인 소록도한센인은 이 판결후 일본 후생노동성에 보상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한국과 일본 변호사들이 연대해 불지급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한편 후생노동성은 이날 판결에 대해 "소록도 갱생원에 대해서는 해외의 요양소는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국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하나 대만 관련 판결은 국가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판결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 언론은 한국과 대만의 한센인들이 고령자인 점을 들어 국회와 정부가 직접 나서 조속한 구제 방안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은 법 제정 당시 불충분한 국회심의와 읕의 대처가 엇갈린 판결이 나온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패소한 측이 각각 항소할 경우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데다 원고들이 평균 82세의 고령자인 만큼 한국과 대만의 요양소를 보상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국회는 조속히 결론을 내라"고 촉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센병 문제에 관한 검증회의'가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전 한국과 대만의 시설에서는 직원에 의한 폭력 등 일본에서는 없었던 인권침해가 반복됐다"며 "국가는 법해석이 쟁점이라며 이러한 피해실태에 대해 끝까지 피하고 있으나 그런 대처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해영.신지홍 특파원 lhy@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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