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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마치무라 노부다카(오른쪽) 일본 외무상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항의하기 위해 외무성을 방문한 왕이 주일 중국대사를 굳은 표정으로 맞이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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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구심점 노림수, 양복차림에 30초 합장, 참배반대 53% 찬성 38%
‘국익보다 고집을 앞세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17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에 대한 일본 내의 대체적 평가다. 그의 야스쿠니 참배가 불러올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역사인식·영토 문제 등으로 외교적 입지가 상당히 위축돼 아시아 외교의 강화가 절실한 일본으로선 큰 국익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고이즈미 총리는 매년 참배라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고이즈미의 노림수=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참배를 통해 소신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중의원 해산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우정민영화 법안을 관철해 그런 면모를 확고하게 드러냈다. 우정민영화 못지않은 그의 핵심공약이 야스쿠니 매년 참배다. 때문에 자민당의 총선 압승 이후 그의 연내 야스쿠니 참배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더욱이 고이즈미 총리로선 참배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강변해온 터여서 주변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물러서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야스쿠니 참배가 정국 구심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인 자민당 지지자들 가운데선 참배 강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참배 시기로는 일찍부터 야스쿠니 가을대제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이후에는 11월 아펙 정상회의, 12월 동아시아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등 총리가 직접 참석하는 굵직한 외교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참배 형식=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참배는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고집을 관철시키면서 비난의 여지는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관용차를 타고 오전 10시13분께 신사에 도착한 고이즈미 총리는 앞만 쳐다보며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평소 여유를 잃지 않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의 참배는 일반인과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과거 일본식 전통 복장으로 본전까지 들어갔던 그는 배전 앞에서 간단하게 참배를 끝냈다. 바지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함에 던져 넣은 뒤 30초 가량 합장하고는 차를 타고 신사를 빠져나갔다. 그가 신사에 머문 시간은 5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개인적 참배임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총리실 주변에선 이런 모습이 국내의 위헌 논란을 완화하는 한편, 주변국에 대해 ‘성의’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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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 뒷모습 보이는 이)이 17일 오전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동안, 오시마 대사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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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도 비판적이다. <교도통신>이 총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올해는 참배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53.0%로 참배 지속(37.7%)을 웃돌았다. 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포스트 고이즈미’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다음 총리도 참배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야스쿠니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을 주도해왔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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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신사 참배 관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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