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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부터 머리손질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미용실 선전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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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아시아인
“100엔으로 1분간 머리 손질을!” 지난 7월 도쿄 번화가 긴자에 문을 연 미용실 커트넷하우스는 ‘단돈 100엔’(약 910원)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싸 커트비용이 보통 3천엔을 넘는 일본에서 이런 파격적 선전은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물론 100엔으로 머리 손질을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1분 서비스 요금이 100엔이다. 그렇지만 100엔 단위로 주문을 받기 때문에 손님들은 미용사와 상담해 필요한 만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곳의 요금은 10분 안에 커트를 해주고 1천엔을 받는 저가 미용체인점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보다 더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미용실 운영을 맡고 있는 사토 미키는 “손님층이 매우 다양하다”며 “평균 7분 정도 머리 손질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미용실이 들어 있는 유에스마트 긴자점 6층 건물은 100엔 시설 집합소다. 1층은 생필품과 공산품을 파는 고전적인 100엔 가게다. 다른 층에는 오락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과 다트게임, 당구 등을 즐길 수 있다. 지하에는 낚시터가 마련돼 있다. 이들 시설의 이용요금도 100엔(15분 이용) 단위로 매긴다. 다양한 오락시설을 갖춘 데다 쇼핑도 가능해 주말이면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긴자에 100엔 시설들이 몰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다. 미용실 등 서비스·오락시설까지
시간당 계산…이용객 폭증 100엔을 내건 서비스·오락 복합시설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넥스트저팬은 100엔 복합시설인 제이제이클럽100을 전국 62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용객은 학생에서 가족동반까지 다양하며, 회원이 600만명에 이른다. 사이타마현의 제로타운에선 가라오케와 만화, 암반욕, 족탕 등 약 30가지 서비스·오락을 24시간 즐길 수 있다. 장기불황에 시달려온 일본에서 100엔은 가격파괴의 상징어다. 값싼 공산품을 파는 100엔 가게는 5천여개로 늘어났으며, 연간 매출이 4600억엔에 이른다. 이미 100엔 가게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저가심리를 파고들기 위해 서비스·오락시설들도 100엔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도쿄/글·사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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