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0 18:50
수정 : 2005.09.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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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에이 창업자 나카우치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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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통업계의 ‘혁명아’로 불려온 대형 수퍼체인 다이에이의 창업자 나카우치 이사오(83,사진)가 19일 오전 뇌경색으로 숨졌다. 그는 지난달 26일 정기검진을 위해 들렀던 고베시의 한 병원에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였다.
192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나카우치는 57년 ‘주부의 가게 다이에이 약국’을 연 데 이어 전국 각지에 수퍼마켓을 내면서 유통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는 “가격을 정하는 것은 제조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여야 한다”라는 주장을 내걸고 가격파괴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태평양전쟁 때 필리핀 전선에서 한 가혹한 전쟁체험을 계기로 서민들의 풍요로운 생활을 삶의 철학으로 삼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정가판매가 상식이던 일본 소매업계에서 할인판매를 정착시켰다. 냉장고·세탁기·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의 소비가 한창이던 64년에는 최대 가전업체 마쓰시타전기와 할인판매를 둘러싸고 정면충돌을 벌였다. ‘30년 전쟁’으로 불린 이 대결은 다이에이의 승리로 끝났고, 마쓰시타는 중단했던 다이에이와의 거래를 96년 재개했다. 다이에이는 72년에는 미쓰코시백화점을 누르고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나카우치는 이후 유통업체 인수와 프로야구·금융·부동산·호텔 분야 진출을 통해 다이에이를 190여개사를 거느린 매출액 5조원의 거대그룹로 키웠다. 그러나 그는 이미 풍요로워진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따라잡지 못한데다, 거품경제 붕괴로 문어발식 확장의 부작용이 본격화해 몰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99년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장에서 물러났고, 2002년 2월 은퇴했다. 다이에이는 2조엔 이상의 채무 압박을 받다가 2004년 10월 산업재생기구에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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