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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오른쪽)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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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1일 중의원선거
일본의 차기 정권을 결정할 중의원 선거가 11일 실시된다. 투표를 이틀 앞둔 9일 현재 자민당 재집권이 거의 확실하다고 현지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제1야당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막판 판세=지난달 8일 참의원의 우정민영화 법안 부결 직후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함에 따라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선 소선거구 300명과 11개 권역별 비례대표 180명의 의원을 뽑게 된다. 일본 주요 언론들이 5~8일 벌인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판세분석을 보면,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자민당 우세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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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싶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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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내각 지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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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조직표에 의존해온 자민당은 대도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면서 “투표율이 높아도 불리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선진국 맞아?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
기업이 정당지지 목청
세습정치인 활보 여전 이번 총선에서 일본 특유의 정치지형과 선거제도가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6일치 <뉴욕타임스>는 인터넷 활용을 막고 있는 일본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신문은 특히 2003년 대선 당시 한국의 인터넷 활용을 예로 들면서 세계에서 가장 통신망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 일본에서 12일간의 선거운동기간에 인터넷을 이용한 유세를 금지하고, 심지어 후보자 홈페이지 갱신마저 막아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5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자민당의 지지자들이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런 제한 조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은 93년 10개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권력을 장악해 왔다. 일본의 최고 경영실적을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가 그동안 중립기조에서 벗어나 자민당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 6일 고이즈미 총리가 도요타 본사가 있는 중부 아이치현 도요타시를 방문한다고 하자 조 후지오 도요타 부회장이 유세장을 찾아가 “고이즈미 개혁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오쿠다 히로시 회장도 지난달 말 “자민당 지지”를 선언했다. 기업의 정당 지원이 법적으로 허용돼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일본 정치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세습 정치인의 득세도 여전하다. 현재 자민당 중의원 249명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 아베 신조 간사장대리 등 2세·3세 세습 정치가(할아버지에서 아버지, 형, 큰아버지, 장인 등으로 의원직 승계)의 비중은 3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습 정치인의 대다수가 보수우파인 점도 특징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우정민영화 반대론자의 선거구에 환경장관, 방송사 앵커, 재무성 관료 출신 등 ‘여성 자객’을 대항마로 출마시켜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실제 여성의 의회진출 기회 확대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성의 눈물은 무기이니까”라는 말을 태연히 입에 올리는 고이즈미에게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중의원 해산 직전 여성의원 비율이 약 7%로 세계 101위의 부끄러운 지위에 머물러 있다”며 이웃국가인 한국처럼 일정비율 여성후보를 할당하는 쿼터제 등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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