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08 19:25 수정 : 2005.08.08 23:18

야당 환호 8일 일본 참의원 표결에서 우정민영화법안이 부결된 직후,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방청석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등 돌린 우정’ 일본 정국 격랑속으로


지지기반 상실 우려 ‘우정 민영화’ 반대 팽배
고이즈미 독선에 거부감…‘자폭 해산’ 비판
자민당 분열속 민주당 ‘어부지리 1당’ 관측

일본 정국이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정권의 운명을 걸고 우정민영화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당내 저항세력의 벽을 넘지 못해 자민당 정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메가톤급 폭탄인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다. 때문에 ‘자폭 해산’ ‘화풀이 해산’이란 비판도 나온다.

고이즈미의 자충수=이날 오후 참의원 본회의 표결부터 중의원 해산 결정까지 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참의원에선 법안 찬반 의원의 발언을 한차례씩 들은 뒤 10분만에 투표를 끝냈다.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고이즈미 총리는 즉각 자민당 집행부 회의를 열어 중의원 해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공명당 대표와 만나 동의를 구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 가운데선 가메이파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옛 하시모토파 5명, 호리우치파 3명, 무파벌 2명으로 나타났다.

자민당 내부에선 애초부터 우정민영화 불가론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민영화가 되면 인구가 적은 지역의 우체국 폐쇄와 저축·보험 서비스의 질 저하로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이 예상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이면에는 시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 상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표와 자금을 몰아오는 자민당 선거운동 단체의 구실을 해온 특정우편국장 모임의 압력은 의원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우정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도 의원들이 반대를 고수하는 배경이 됐다.

일 참의원 우정민영화법안 표걸 현황
고이즈미 총리의 독선적 정치행태 또한 반대 의원들의 거부감을 자극했다. 근소한 표차가 예상됐던 이날 표결에서 기권·불참을 합쳐 반란표가 30표나 나온 것은 반고이즈미 정서가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9월 당의 승인을 얻지 않은 채 각의에서 법안의 기본방침을 결정했을 때부터 반대파는 ‘의회민주주의 무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위협하며 법안 통과를 압박했다. 법안이 중의원에서 5표차로 간신히 부결을 면한 뒤 고이즈미 총리는 자세를 낮추고 법안 재수정 가능성을 비치는 등 한발 물러섰으나 반대파의 뿌리깊은 불신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미 지난 주말부터 참의원 부결이 기정사실로 보였지만 정면충돌을 강행했다. 중의원 해산을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로선 궤도수정이 불가능하며, ‘고이즈미 개혁의 꽃’으로 불려온 우정민영화가 좌초한 상황에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이 남은 총리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의 분열=자민당으로선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한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와 자민당 지도부는 일단 우정민영화에 대해선 국민여론이 우호적이라는 점을 내세워 총선 구도를 우정민영화에 대한 찬반으로 몰고간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당장 중의원에서 반대표를 던진 37명과 기권·불참한 14명 등 ‘반란자’ 처리 문제가 곤혹스럽다. 고이즈미 총리는 법안에 반대한 의원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한달 남짓 남은 기간에 득표력 있는 대체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대파 또한 이에 맞서 신당 결성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분열선거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이번 해산이 자민당 내분으로 비롯한데다 민주당은 지난 2003년 총선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정권교체의 절호의 기회라며 총력전 태세에 들어갔다.

4년 전 취임 때 “자민당을 바꾸지 못하면 깨 부수겠다”고 공약한 고이즈미 총리는 마침내 자민당 정권 붕괴를 통해 그 공약을 이행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19차례 중의원 해산중 4차례가 내각불신임서 촉발
‘바보 해산’ ‘죽은척 해산’…이번엔 ‘우정 해산’?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선 1947년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후 모두 20차례 총선이 치러졌다. 76년 12월 중의원 임기 만료로 치른 총선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해산을 통한 것이다.

1980년 이후 일본의 중의원 해산 일지
19번의 해산 가운데 내각불신임안이 가결돼 총리가 대항책으로 중의원을 해산한 게 4차례다. 참의원 법안 부결을 이유로 한 해산은 전례가 없다. 48년 요시다 시게루 내각의 중의원 해산은 연합군사령부에 의해 총리의 해산권이 봉쇄당했다는 이유로 불신임안이 통과됐기 때문이었다. 53년에는 요시다 당시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질의를 한 사회당 의원에게 ‘바보’라고 욕설을 한 게 문제가 된 ‘바보 해산’이 있었다. 80년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 때는 자민당 비주류파의 다수 의원이 본회의에 불참하는 바람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신임안 통과 해프닝이 발생해 해산됐다.

1993년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 불신임안 통과는 자민당 내부의 치열한 내분에서 비롯한데다 55년 이후 38년 동안 지속돼온 자민당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금과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정치개혁법 처리를 미룬 데 항의해 내각 불신임안을 낸 야당에 자민당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하타파 등 57명이 가세했다. 반대세력은 이후 탈당해 신당을 만든 뒤, 94년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려 사회·공명당과 함께 비자민당 연립정권을 창출해냈다.

이번에는 △정치개혁·정계개편 등 비자민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이슈가 없고 △반대세력이 여러 파벌에 걸쳐 있어 결속도가 떨어지며 △야당에서 자민당 반대파와 제휴하려는 움직임이 별로 없다는 차이가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