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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정보은폐하려 도입했나 낙하산 인사·징계 사실 감추기 등 문제
일본에서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도마에 올랐다. 개인정보의 무차별 유포에 따른 피해를 막는다는 법 제정 취지와 달리 행정기관의 정보은폐에 악용되거나 정보보호 일변도로 치닫는 등의 부작용이 잇따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확산되는 정보 비공개=<요미우리신문>이 5월말~6월초, 7월 상순에 전국적으로 벌인 조사를 보면, 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의 정보 비공개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0월 민영화를 앞둔 도로공단이 지난 5월 정부 민영화추진위간담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지난 3년 동안 퇴직한 사람의 이름·주소·근무처·직책이 모두 새카맣게 지워져 있었다. 공단 쪽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었으나, 퇴직자들이 공사 수주업체 등에 취업하는 낙하산 인사의 실태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단은 최근 현직 부총재 등 주요 간부와 관련 기업으로 옮겨간 퇴직 간부들이 장기간 공사 담합을 주도해온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사건 허위발표도 나가노현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과장 이상 퇴직자의 취업 상황을 공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아오모리현은 징계면직 처분을 받은 교직원의 명단 발표를 실명에서 익명으로 바꿨다. 최근 큰 사회문제로 부상한 석면 문제와 관련해, 효고현 아이오이시 노동기준감독부서는 산재신청 시기나 질병의 정도, 산재인정 시기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소방서는 화재위치 안알려이런 현상은 중앙관청일수록 더 심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을 관장하고 있는 내각부는 7월 간부들의 최종 학력과 생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후생성은 의사·치과의사 등 국가시험 합격자의 명단 공개를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사건·사고 발생 자체를 공표하지 않거나 허위로 발표하기도 한다. 소방서가 119 신고가 들어온 시각이나 화재가 발생한 위치 등의 기본적 사항에 대해서도 입을 다무는 사례도 나온다. 병원은 사건·사고와 관련된 환자의 상태를 경찰에도 알리지 않고, 학생들의 비상연락망도 작성하지 않거나 졸업사진집에 주소·전화번호 게재를 중단한 학교도 적지 않다. 고조되는 비판=학계와 정치권의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과잉반응이나 오해에서 비롯한 대응이 확산돼 개인의 권리 보호와 유용한 정보 이용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오카무라 히사미치 변호사는 “개인정보의 유용성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법률 조문의 불명확성, 행정기관에 의한 해석의 혼란 등과 맞물려 ‘개인정보과보호법’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꼬집었다. 자민당 정보누설죄 검토팀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양쪽의 균형을 잡은 것이며, 지금의 혼란은 보호만을 너무 의식한 때문”이라고 말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정보은폐를 기도하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선 제정 단계에서도 국가와 기업의 정보통제, 행정기관의 내부고발 저지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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