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9 19:18
수정 : 2006.07.19 19:18
세금 피해 여러나라 단기체재
일본의 부자들 가운데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단기 체재 형식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메뚜기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수도권의 한 부동산 임대회사 사장(63)은 해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하와이 콘도에서 생활한다. 6월부터 8월까지는 뉴욕 맨해튼의 고층 맨션에서 지낸다. 일본인이 무비자로 미국에서 머물 수 있는 기한인 90일 이내에서 미국 단기체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 생활은 6개월이 넘지 않는다. 일본 거주일수가 182일 이내이면 과세가 상당히 줄어드는 ‘비거주자’가 되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1월1일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주민세를 피하기 위해 이 시기엔 반드시 해외에 나가 있는다. 그는 ‘재산이 해외에 있고, 물려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모두 5년 이상 비거주자이면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려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고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해외 단기체재를 계속하고 있다.
시코쿠에 살던 한 남성(54)는 금리가 높은 뉴질랜드에 1억엔 이상을 예금하고 이자로 생활하고 있다. 거주일수가 6개월 미만이면 이자소득세가 20~40%에서 2%로 줄어드는 점을 이용해 일본·타이·하와이 등으로 옮겨다닌다. 유럽에선 자국의 고액 과세를 피해 거주국을 옮겨다니는 부자들을 ‘영원한 여행자’라고 부른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일본에서도 1998년 해외 자산운용이 자유화한 뒤 이런 방식이 합법적인 세금 회피법으로 소개됐다”며 “최근 일본을 탈출해 각국을 전전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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