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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물리학의 거장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일본, 특히 천황제를 몹시 찬양했다”는 이른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책과 인터넷을 통해 일본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세계 위인들이 보낸 일본 찬사의 지당한 말씀 3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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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번지는 아인슈타인 발언의 진실은?
“현대 물리학의 거장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일본, 특히 천황제를 몹시 찬양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런 내용의 이른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일본의 일부 책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발언을 제일 앞머리에 내세운 <세계 위인들이 보낸 일본 찬사의 지당한 말씀 33선>이라는 책이 지난해 10월 발간돼, 일본인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으로 인기를 끌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인슈타인 박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말이 인용에 인용을 거듭하면서 사실처럼 퍼지게 됐다고 일본 도쿄대 나카자와 히데오 교수(독일문학)가 따끔하게 지적했다.“신에게 감사한다.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고귀한 나라를 만들어준 것을”이라는 구절로 대표되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1950년대부터 군인과 종교인의 서적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일본문화를 자랑하는 ‘상당히 좋은 말’로 인터넷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6일 전했다.
그러나 이 말의 출처가 모호한 데다, 그 내용도 아인슈타인의 사상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다는 데 의문을 품은 나카자와 교수가 이 말의 뿌리를 추적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의 말이 인용된 가장 오래된 사례는 1956년에 나온 책이었다. 전쟁 전으로 더 거슬러올라가자 내용이 매우 비슷한 문장이 확인됐다. 1928년에 나온 <일본이란 어떤 나라인가>라는 책에서다. 이 책의 저자는 전시 일본의 국체사상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고, 대동아공영권의 사상적 기초인 ‘팔굉일우’ (팔방의 세계, 곧 전세계가 일왕의 집이라는 뜻)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인 불교 일련종파의 다나카 지가쿠다. 이 책에는 그 말을 한 인물이 로렌츠 폰 슈타인이라는 독일 법학 교수로 나와 있다. 슈타인은 메이지 헌법 성립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나카자와 교수는 다나카가 이 말의 출처라고 설명한 슈타인의 강의록도 찾아보았지만, 해당하는 문장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말은 슈타인이라는 독일 법학자가 한 것도 아니고, 다나카가 슈타인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나카자와 교수는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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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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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최고라는 국수주의의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인 <세계의 위인들이 보낸 일본 찬사의 지당한 말씀 33선>(고마서방)에 ‘아인슈타인-일본 세계의 맹주’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내용은 이렇다.
“근대 일본의 발전만큼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없다. 일계의 천황을 받들고 있는 것이 오늘날 일본을 존재하게 했다. 나는 이런 고귀한 나라가 세계에 한 곳 정도는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미래는 진전될 만큼 진전돼, 그 사이 몇번이나 싸움이 반복되고, 최후의 싸움에 지칠 때가 온다. 그 때 인류는 진정한 평화를 구하여 세계적인 맹주를 받들지 않으면 안된다. 이 세계의 맹주가 되는 것은 무력이나 자금력이 아니라, 모든 나라의 역사를 넘어 가장 오래되고 또 고귀한 가문이 아니면 안된다. 세계의 문화는 아시아에서 시작해 아시아로 돌아간다. 그러기 위해선 아시아의 고봉, 일본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신에게 감사한다.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고귀한 나라를 만들어준 것을.”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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