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7 18:03
수정 : 2006.06.07 18:03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주식투자 등 크게 늘어
‘코란’ 교리 지키는 ‘이슬람 금융’으로 유인도
고유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동의 ‘오일머니’가 동남아의 주식과 채권,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흘러들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나라들은 이슬람교에 입각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는 등 오일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 마련에 한창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의 말레이시아 주식 투자가 전년에 비해 2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자본을 겨냥해 발행하는 ‘이슬람채’의 지난해 발행액(허가 기준)은 433억링기트(약 11조원)로, 전년의 2.8배로 늘어났다. 올 1∼3월 발행액은 전년 같은 기간의 3.5배인 115억링기트에 이른다. 이런 자금유입으로 링기트의 통화가치는 달러당 3.8링기트에서 3.65링기트 대로 올랐다.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금융기관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8일 말레이시아에서는 8번째 이슬람 금융기관인 아무이슬라믹은행이 개업했다.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주히은행이 콸라룸푸르에 지점을 연다. 이 은행은 기업금융부터 시작해 3년 뒤에는 소매금융도 할 예정이다. 오일머니 급증으로 이슬람 금융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고위관계자는 내다봤다. 이슬람 금융은 이자 수입을 금지한 이슬람의 경전 <코란>의 가르침을 지키려는 이슬람 교도들을 위한 금융거래 시스템으로, 그 규모가 2500억달러에 이른다.
싱가포르 금융통화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나라들의 싱가포르 투자는 약 130억달러에 이르렀다. 전년에 비해 70%나 늘어난 수치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지난 2월 중동 투자자들의 투자 편의를 위해 이슬람주가지수를 별도로 만들었다. 이 지수의 대상에는 이슬람교에서 금지하는 술과 돼지고기 등에 관련된 기업들은 제외됐다. 부동산 투자도 활발해, 싱가포르의 중동투자자 대상 3개 부동산펀드의 전체 자산은 13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오일머니의 동남아 유입 현상은, 투자자들이 중동 주식시장의 하락세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서구에 편중된 투자처를 분산하기를 원하기 때문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풀이했다. 말레이시아 등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바탕한 이슬람 금융시장을 정비한 것도 한몫을 했다.
2001년 미국 동시테러 이후 대미 관계 악화로 중동의 민간투자는 주로 역내의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쏠렸다. 지난해부터 미국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재개됐으나,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 공영기업이 미국 주요항만의 관리업무를 넘겨받으려다 미 의회의 반대로 좌절된 사건도 작용해 자금이 동남아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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