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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9 18:31 수정 : 2006.05.19 18:35

사이타마골드시어터 단원들의 수강 모습

무대에서 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싶어 하는 시니어가 일본에는 많습니다.

올초 일본 수도권 사이타마현 예술문화진흥재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유명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70)가 시니어 극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이름은 ‘사이타마 골드 시어터’입니다. 지난 2월에 55살 이상을 대상으로 단원을 공개 모집했습니다. 정원이 20명인데, 국내외에서 응모가 쇄도해 지망자가 1200여명이나 됐습니다. 경쟁률이 60 대 1이었습니다. 오디션 일정은 이틀에서 15일로 늘어났습니다.

1011명이 오디션에 참가했고, 주최 쪽은 결국 애초 예정의 두배가 넘는 47명을 엄선했습니다. 최고령은 80살, 평균 나이는 66.6살입니다. 아나운서·교사·자위대원 출신, 주부, 스님, 현직 사장 등 단원들의 인생경험은 다채롭기 그지없습니다. “잘 죽기 위해선 잘 살아야 한다”는 소신을 펴는 70살 스님은 “평소 소리내어 불경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대사에는 문제없다”고 장담했습니다. 19살 꽃다운 시절 연극을 맛본 적이 있는 80살 할머니는 “60년 동안 그 꿈을 잊은 적이 없어 단원 모집 소식을 듣고는 소녀의 피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단원들은 주 5일, 하루 4~5시간의 강도 높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심심풀이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니어 극단과 전문 배우가 이들의 목표입니다. 3개월마다 발표회를 열고, 내년 봄 본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극단명에도 고령자를 뜻하는 ‘실버’아니라 ‘골드’라는 말을 넣었다고 합니다. 연습을 위해 아예 사이타마로 이사한 사람도 있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의 한 장면
‘좌 세익스피어’는 50살 이상의 아마추어 배우들로 구성된 극단입니다. 해마다 신인을 모집한 뒤, 1년 동안 맹훈련을 거쳐 한차례 공연을 합니다. 지난 3월 한 공연은 세익스피어의 희극 <헛소동>, 지난해 3월 첫 공연은 <한여름 밤의 꿈>이었습니다. 손해보험사를 정년 퇴직한 요시모토(66)는 “첫 공연을 보고 단원들이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연기하는 모습에 반해 극단의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연극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1년 동안 필사적으로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배워 주역을 소화해냈습니다. 이 극단을 만든 배우 겸 연출가 조 하루히코는 자신들의 연극에 열심히 쫓아다니는 관객들, 특히 시니어 관객 가운데 직접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높았다고 극단 창설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복지회관이나 문화재단 등에서 여는 연극강좌가 극단 창설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시즈오카에서 활약하는 극단 ‘아시타바’는 약 30명인 단원들의 평균 나이가 66살입니다. 지난 5년 동안 50차례 이상 순회 공연을 한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7년 전 시즈오카시 서부 공민관에서 시니어의 활기찬 문화생활을 위해 개설한 모두 8차례의 연극강좌가 모태였습니다.

다카마쓰시의 ‘엘더캣츠’는 가가와현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의 연극 경험이 있는 조합원이 동료들을 모아 3년 전에 만든 극단입니다. 단장을 뺀 단원 모두가 완전 초보자였지만 2년 전 여름 창작극으로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이 극단은 단지 연극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열정을 불태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시니어가 연극을 통해 시니어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1999년 발족한 오사카의 시니어 뮤지컬 극단 ‘발기주쿠’는 여러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단원도 250명에 이릅니다. 프로 스탭을 많이 둔 이 극단은 전국 각지에서 시니어 극단을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출장지도를 해주는 인큐베이터 구실을 합니다. 15명 정도만 모아오면 언제든 상담에 응해줍니다.

저도 대학시절 연극반에 몸을 담은 적이 있습니다. 소질과 개성이 부족해 눈에 띄지 않는 조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연극반의 한참 윗대 선배 가운데 맑은 쇠구슬 구르는 목소리를 가진 ‘타고난 배우’가 있었습니다. 그는 판소리와 마당극에 열중하더니 연극과 영화에서 이름을 날리는 스타가 됐습니다. 이어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이라는 감투까지 얻게 됐습니다. 그런 유명세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언젠가 한번 무대에 올라봤으면 하는 열망이 제 마음 속에서도 꿈틀거립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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