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7:25
수정 : 2020.01.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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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른 아침, 이란이 쏜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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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미 순양함이 미사일로 이란 여객기 격추
페르시아만 이란군과 교전중에 전투기로 오인
미국은 민항기 격추한 함장에 훈장까지 수여
1983년 소련 공군이 대한항공 007기 오인 격추
‘사상 최악 민항기 격추 사고’로 남아
2014년 말레이항공 여객기도 의문의 미사일에 격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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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른 아침, 이란이 쏜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잔해가 테헤란 외곽에 흩어져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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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우크라이나 민항기 격추 비극을 자아낸 미국-이란의 긴장 고조는 예전에도 미국의 이란 민항기 오인 격추를 빚는 등 무고한 ‘민간인 참사’를 불러왔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였던 1988년 7월3일 페르시아만에서 이란군과 교전하던 미 해군은 이란항공 655편을 우발적으로 격추해 탑승자 290명 전원을 몰살시켰다. 그 중에는 어린이 66명도 있었다. 당시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군함과 교전하던 미 해군의 미사일 탑재 순양함 빈센스는 이란 항구 도시 밥다르 아바스에서 이륙해 두바이로 향하던 에어버스 A300 기종의 이란항공 655편을 이란군의 F-14 전투기로 오인해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시켰다.
당시 윌리엄 크로 미 합참의장은 저고도로 비행하던 이란 민항기가 자신들의 경고에 응답하지 않고 민항기라는 레이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민간인 손실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민항기를 격추한 윌리엄 로저스 3세 함장의 판단을 옹호했다. 미 국방부도 로저스 함장이 민항기가 접근할 때 잘못된 정보를 받았다면서 그의 행동을 지지했다. 미국 조사관들은 교전 지역으로 민항기 비행을 허락한 책임을 이란에게 돌리기도 했다.
더욱이 미국은 나중에 로저스 함장에게 페르시아만 복무에 훈장을 수여하면서 그의 “역동적인 지도력”과 “논리적 판단”을 치하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이 이번 우크라이나 민항기 오인 격추를 놓고 모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국제 항공 전문가들이 그해 12월 제출한 보고서는 미 해군이 교전지구로 민항기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를 작동시키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었다. 미국은, 나중에 이란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이 사건에서 수백만달러를 내고 화해했다.
최근 미-이란 사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의 인질 숫자(52명)를 상징하는 이란 52개 목표물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격추한 이 민항기의 사망자 290명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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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소련 공군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희생자 유족들이 사고 해역에서 통곡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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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민항기 격추 오인 사건은 19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이다. 1983년 9월1일 뉴욕발 서울행 대한항공 007기는 사할린 인근에서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로 격추돼 269명이 사망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대소련 강경노선으로 미-소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인데, 사고 현장 부근에서 미국의 군사훈련이 자주 전개돼 소련이 대한항공기를 미군 전투기로 오인했다.
최근 사건으로는 2014년 7월17일 내전이 벌어지던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17편이 의문의 미사일을 맞고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러시아군이나 친러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으로 추측되고 있다. 2001년 10월4일에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시베리아항공 여객기가 훈련중이던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맞아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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