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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3 18:31 수정 : 2019.06.14 11:14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해 ‘입법회 포위 시위’가 벌어진 12일 밤 홍콩 중심가 하코트로에서 시위에 참석한 시민이 도로 위에 앉아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조례, 홍콩인도 중국에서 처벌 가능
중 보안법, “주권·통합·영토 보전, 홍콩인도 포함”
일국양제에도 세지는 중국 입김…사법주권 상실 우려
중·홍콩당국, 반대 시위에 ‘외부세력’ ‘폭동’ 규정

범죄인 인도, 최종 결정권자는 ‘친중’ 행정장관
“표현 자유 심각 위축, 중 민주화 지원도 처벌 불안”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해 ‘입법회 포위 시위’가 벌어진 12일 밤 홍콩 중심가 하코트로에서 시위에 참석한 시민이 도로 위에 앉아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입법회(국회 격) 포위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경찰과 새벽까지 격렬하게 충돌한 홍콩 상황이 13일 일단 소강 상태로 접어든 모양새다. 하지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정면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9일 ‘100만 행진’에 이어 홍콩 시민들이 12일 격렬한 도심 시위에 나선 것은 당국이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조례 탓이다. 조례가 통과돼 중국 쪽 요청으로 홍콩인들의 신병을 넘겨주게 되면 중국에 대한 비판 의견조차 가로막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50년간 ‘한 국가, 두 체제’(일국양제)를 약속했지만, 홍콩에 대한 중국의 입김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한 홍콩민족당이 지난해 9월 해산당한 게 단적인 예다. 홍콩 당국은 한달여 뒤 홍콩민주당 관계자를 불러 토론회를 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지국장을 비자 연장을 거부해 사실상 추방했다.

12일 홍콩 시민들이 방석모와 고글, 방패를 갖추고 경찰과 대치하는 현장에서 최루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정부는 다른 국가들끼리의 범죄인 인도조약과 다를 바 없다지만, 홍콩인들은 사법주권 위축을 보며 불신이 커졌다. 2015년 공포된 중국 국가보안법 제11조는 “국가의 주권·통합·영토를 보전하는 것은 모든 중국 인민의 의무다. 여기에는 홍콩, 마카오와 대만 동포들도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논리적으로는 홍콩인들도 중국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2014년 <일국양제 백서>에서 “홍콩에 대한 포괄적 사법 관할권은 중앙 지도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 관련 형벌을 규정한 중국 형법(제102조~105조)을 보면, 외국 정부나 조직·단체·개인과 공모해 중국의 주권·영토·안보를 위태롭게 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국가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나 무장 반란·폭동의 조직·모의·선동도 법정 형량이 같다.

람 행정장관은 12일 이번 시위를 ‘조직적 폭동’으로 규정했다.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불순한 외부 세력이 홍콩의 혼란을 부추긴다”고 한 것과 비슷한 인식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중국 당국이 이번 시위 주도자들에 대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가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란 모호한 표현은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판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례안은 범죄인 인도의 최종 결정자를 행정장관으로 규정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간접선거로 선출되는데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결정적이다. 홍콩 시민사회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입법회 의원을 지낸 리척얀 홍콩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조례가 통과되면 중국에 대한 일상적 비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위축 효과를 불러 표현의 자유를 해칠 것”이라며 “중국 내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일조차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홍콩 입법회 사무처는 13일, 전날 연기한 조례 심의를 위한 회의가 이날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은 “입법회가 심의 회의를 열 때마다 시위를 이어가겠다”며 “조례 철회 때까지 ‘3파’(노동자 파업·소상공인 철시·학생 동맹휴업)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경찰의 진압으로 15살 청소년을 포함해 79명이 다쳤으며,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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