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 전역에서 유혈·폭력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4일 북부 최대도시 모술에서 저항세력의 박격포 공격을 받아 크게 부서진 유조차량에 인근 주민들이 몰려들어 쓸 만한 물건들을 뒤지고 있다. 모술/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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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국방장관등 “치안 불안”…미국은 반대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을 채 4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친미성향의 바그다드 주지사가 암살되는 등 이라크 치안불안이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선거 연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들이 4일 일제히 보도했다. 알리 하이다리 바그다드 주지사가 출근길에 무장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이날 바그다드 중심부 카디시야 지역에선 유조차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이라크군 등 10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또 바그다드 외곽에선 도로매설 폭탄공격을 받은 미군 3명이 숨지는 등 이날에만 미군 5명이 저항세력의 공세로 목숨을 잃었다. 앞서 3일엔 이라크 전역에서 차량폭탄과 박격포·브비트랩 공격이 5차례나 잇따르면서 20여명이 숨졌고, 2일엔 바그다드 북부 발라드에서 이라크 보안군 18명 등 19명이 자살 차량폭탄 공격으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등 새해들어 유혈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수니파 일부에서 제기해 온 선거 연기론에 일부 임시정부 고위인사들까지 무게를 두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4일 가지 야와르 임시정부 대통령의 말을 따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며 “유엔이 나서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하는 게 가능한 지 여부를 결정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수니파 출신 야와르 대통령을 두고 “수니파 지역에서도 선거실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수백명의 수니파 정치·종교지도자들도 이날 바그다드의 움 알쿠라 사원에 모여 회의를 연 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이라크인 상당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선거를 강행할 경우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하젬 샤아란 임시정부 국방장관은 3일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집트 정부에 수니파의 선거참여를 설득해 줄 것을 부탁했다”며 “수니파가 선거 참여에 동의하면, 모든 이라크인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일을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미르 수마이다이에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도 2일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기고문에서 “선거를 2~3주 연기하거나, 유권자가 대거 선거에 불참한 정치집단에 대해선 의석을 배려해 주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며 “수니파 지역 의석은 남겨둔 뒤 나중에 다시 선거를 치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이라크 대부분의 지역은 선거를 치를만큼 안정돼 있다”며 “일부 지역의 치안상황 개선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도 최대한 선거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리드 아야르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선거가 예정대로 원만히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선거연기론을 일축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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