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1 16:29
수정 : 2019.12.02 02:39
|
영국 런던브리지 흉기 테러 현장 (런던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에 위치한 런던 브리지에서 흉기 테러가 발생한 직후 경찰이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을 둘러싼 채 대응을 하고 있다. 이날 런던 브리지에서 가짜 폭탄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칼부림을 벌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29일 런던 한복판 ‘브릿지 테러’ 영국사회 충격
12일 총선 앞둔 보수당·노동당은 정치 쟁점화
일각 “어떤 세력이든 정치적 이용은 결코 반대”
희생자 아버지 “가혹한 형벌 논리에 이용 안돼”
|
영국 런던브리지 흉기 테러 현장 (런던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에 위치한 런던 브리지에서 흉기 테러가 발생한 직후 경찰이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을 둘러싼 채 대응을 하고 있다. 이날 런던 브리지에서 가짜 폭탄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칼부림을 벌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지난 29일 대낮에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으로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오는 12일 치러지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이번 일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연일 선거쟁점화하고 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수형 제도 전반에 걸친 긴급한 문제”로 제기하는 등 총선 정국의 한복판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테러 희생자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더 가혹한 형벌의 구실로 삼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테러 자체를 넘어 ‘정치’와 ‘차분한 이성’이 또다른 쟁점으로 형성되고 있다.
29일, 폭탄테러 모의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고 6년 복역한 뒤 1년 전에 가석방돼 출소한 우스만 칸(28)이 런던 브리지에서 휘두른 흉기에 찔려 남녀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중이다. 숨진 1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잭 메릿(25)으로, 메릿은 전날 런던 브리지 북단 피시몽거스 홀에서 케임브리대학 범죄학과가 주최한 재소자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변을 당했다. 칸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이 달린 전자발찌를 30년간 부착하고, 통금시간·인터넷 사용금지·만남 제약 등을 지키는 조건으로 풀려난 지 1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가석방 조건 중에 정부가 운영하는 재소자 재활 프로그램에 의무 참석하는 항목도 있었다. 칸은 피시몽거스 홀에서 열린 이 재활 프로그램을 듣던 중 건물 안에서 흉기를 휘둘렀고, 런던 브리지로 빠져나온 뒤에 목숨을 걸고 그를 제압하려는 용감한 시민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존슨 총리는 즉각 이번 테러를 총선 쟁점으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존슨은 성명을 내어 “과거의 실패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중대 테러범은 최소 14년 복역을 의무화하고 일부는 절대 가석방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관상으론 전임 총리인 테레사 메이나 데이비드 캐머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다음 5년(이번 총선에 따른 집권기간) 동안 유사한 위험에 처하면 안된다. 실제로 행동하고 집행할 의회와 정부가 필요하다. 이번 테러범은 (노동당 집권 시절인)2008년에 통과된 법(위험한 테러리스트도 복역기간 절반이 지나면 자동 가석방 가능)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기 출소했다”고 말했다. 테러범 조기 출소를 막기 위해 보수당에 표를 몰아달라는 것이다.
특히 존슨은 “나는 지금 체제를 끝장내야 한다고 지난 넉달간 반복해 말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총리에 취임한 뒤 자신이 탈퇴 강행을 공언해온 ‘유럽연합 체제’와 이번 테러사건이 사실은 동일한 ‘체제’에서 발생한 것이란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 주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빈 노동당 대표와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수형시설 지출예산을 전례 없이 삭감한 보수당 정부를 당면 문제로 지목하고 나섰다. 코빈 대표는 “최악의 재앙이다. 보수당의 효율적인 복역제도 운영도 보호관찰 민영화 정책도 다 실패했다”며, “재활 프로그램의 교화 효과 여부, 가석방위원회의 심사판단 능력, 그리고 보호관찰 제도의 실제 작동을 포함해 수형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박했다. 영국 <옵서버>에 따르면, 칸은 이날 재활프로그램 참석 당시 누가 감호할 것인지를 놓고 경찰과 민간 보호관찰관리가 논쟁을 벌인 끝에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6년에 시리아 난민운동을 펼치다가 지역구에서 테러를 당해 숨진 조 콕스 전 노동당 의원의 남편 브렌단 콕스는 “총선을 앞두고 이번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모든 정치세력에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총선 경로를 변화시키는 걸 원치 않고, 어떤 정당이든지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행동에 결코 반대한다. 올바른 정책·제도를 모색하는 토론은 필요하다. 하지만 값싼 정치적 포인트를 얻어내려고 이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희생자 메릿의 아버지 데이비드도 “아들은 항상 약자의 편에 서는 아름다운 영혼이었다”며 “아들의 죽음이 더 가혹한 형벌이나, 사람을 불필요하게 구금하는 구실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겼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