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3 17:38
수정 : 2019.11.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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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북부 하띤성에 사는 응우옌 딘 지아(57)가 2일, 아들 르엉(20)이 영국 런던 외곽에 세워져 있던 냉동 컨테이너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39명 중 한 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들의 분향 제단을 집안에 마련해 그 옆에 앉아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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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 1일 “희생자 39명 베트남 국적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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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북부 하띤성에 사는 응우옌 딘 지아(57)가 2일, 아들 르엉(20)이 영국 런던 외곽에 세워져 있던 냉동 컨테이너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39명 중 한 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들의 분향 제단을 집안에 마련해 그 옆에 앉아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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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속에 르엉도 포함됐습니까?” “맞습니다.” 베트남 중북부 하띤성에 사는 응우옌 딘 지아는 지난 1일 밤 영국 경찰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몇 가지 질문 끝에 기아는 통역사를 통해 아들 르엉(20)이 냉동 컨테이너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39명 중 한 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다.
앞서 영국 경찰은 1일(현지시간) 런던 외곽에서 지난달 23일 냉동 컨테이너에 몸을 싣고 밀입국하려다 컨테이너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39명이 모두 베트남 국적자들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적자들로 추정된다는 이전의 언론 보도를 뒤집은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베트남 가족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가 3일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아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영국 경찰은 영국에서 실종된 것으로 신고된 지아의 아들 르엉(29)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름과 가족 사항 등 인적사항 등을 묻고 난 뒤, 영국 경찰은 지아에게 39명에 르엉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르엉은 프랑스에서 1년을 일한 뒤 지난달 중순 영국에 가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아는 “아들의 행방이 묘연해진 뒤 숨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공식적인 신원 확인 결과를 전달받고 나서는 쓰러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을 되도록 빨리 집으로 운구해오고 싶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베트남과 영국 정부가 실현 가능한 해법을 마련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깐 록 지역 응엔 마을에 사는 팜 반 틴도 딸인 미가 39명의 사망자 중 한 명인 것 같다는 얘기를 통역사를 통해 영국 경찰로부터 전달받았다. 틴은 “가족이 충격을 받을까봐 ‘인 것 같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생각된다”며 “딸의 시신을 집으로 운반해오기 위해서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들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틴은 가족이 이미 미를 위한 제단을 차린 뒤 향을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틴의 집에서 10㎞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보 난 꾸에도 아들인 주의 사망을 확인해 준 영국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꾸에는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주는 8억 동(약 4천만원)을 내면 영국에 데려다 준다는 베트남 브로커 말에 지난 6월 독일로 건너가 보름을 지낸 뒤 프랑스도 이동했으며, 약 석달 뒤인 지난 22일 베트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영국으로 떠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중북부 하띤성과 인근의 응에안성, 트어티엔후에성에서 이번 참변과 관련해 20~30가구가 희생자에 가족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보다 나은 수입을 찾아 떠나려는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영국 불법 밀입국이 횡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vn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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