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4 16:03
수정 : 2019.07.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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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 프랑스 의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설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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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의원들 “반바지 입은 예언자” 조롱하며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연설 거부하자
정치권 ‘지구촌 온난화’ 무대책 꼬집으며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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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 프랑스 의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설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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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애들 말엔 귀 기울이지 않아도 좋아요. 그렇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은 외면하지 말아야죠.”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23일 지구 온난화 문제를 놓고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우파 정치인 일부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반바지를 입은 예언자” “생태계의 저스틴 비버(미국의 유명 팝가수)”라고 조롱하며 툰베리의 하원 초청 연설을 보이콧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툰베리는 이들의 인신공격적 발언에 한치도 기죽지 않고 아이들까지 나서게 만든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대책을 비판했다.
툰베리는 이날 프랑스 하원의원 162명이 속한 초당파적 모임 ‘생태·연대적 전환의 가속화’의 초청으로 하원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설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 연설을 앞두고 프랑스의 중도우파 공화당 소속 기욤 라리베 의원은 “기후변화와 싸우려면 과학적 진보와 정치적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 이런 묵시록적인 예언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동료 의원들에게 툰베리의 하원 연설을 거부하자고 촉구했다. 같은 당의 쥘리앙 오베르 의원도 “툰베리는 ‘노벨 공포상’을 받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툰베리의 지구 온난화 대책 마련의 노력을 기려 노르웨이 의원들이 툰베리를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을 비꼰 것이다. 극우성향인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의원은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해결을 주장하는 이들이 툰베리 같은) 아이들을 동원해 모든 게 불타 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등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운명론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라고 공격했다.
이런 비난 속에서 연단에 오른 툰베리는 당당했다. 그는 “과학적 진실과 통계를 단순히 밝힌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욕설과 협박을 받고 있다”며 “나와 내 지지자들이 하는 일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위험요소들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툰베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각종 악의적 공격의 표적이 돼왔지만, 정치인들로부터 이런 공격을 받은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델핀 바토 전 환경장관은 툰베리의 연설 거부를 주장했던 라리베·오베르 의원이 공화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다는 점을 꼬집어 “(두 사람이) 기후변화 문제를 내세워 당내 투쟁을 했다”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석달간 학교를 결석하며 스웨덴 의회 앞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며 전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엔 그의 주장에 공감한 112개국 학생 140만명이 동맹 파업에 가세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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