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7 15:07
수정 : 2019.05.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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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선거위원회가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를 결정한 6일 저녁,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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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선거위, “선거법 위반…내달 23일 재선거”
에르도안 압박 뒤 7:4로 재검표 결과 무효화
야당 “명백한 독재…끝까지 싸운다” 투쟁 예고
에르도안도 정치적 승부수…BBC “위험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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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선거위원회가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를 결정한 6일 저녁,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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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의 도박’은 성공할까? 터키 최고선거위원회가 6일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시장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결정했다. 패배에 불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박이 일단 효과를 낸 셈이다.
터키 선거위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정의개발당의 ‘부정 선거’ 주장을 찬성 7, 반대 4의 의견으로 받아들여 재선거 실시를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 <휘리예트>가 보도했다. 선거위는 개표 감시위원을 공무원으로 선정하도록 한 선거법을 어기거나, 득표 확인 서류에 개표위원 서명이 누락된 사례들이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선거일은 6월23일로 잡혔다.
3월31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은 연정 파트너인 극우 민족주의자운동당과 함께 전국적으로 51%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핵심 지역인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시장 선거는 패했다. 이스탄불에선 개표 부정 시비와 재검표 끝에 지난달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총리 출신의 집권당 후보를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그러나 정의개발당은 계속 이의를 제기했고, 이달 4일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재선거 필요성을 언급했다. 선거위 결정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박이 있은 지 이틀 만에 나왔다.
공화인민당과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오누르살 아드귀젤 당 부대표는 6일 이스탄불 도심 항의시위에서 “이건 명백한 독재”라며 “민의를 뒤집고 법을 무시하는 체제는 민주적이지도 합법적이지도 않다”고 성토했다. 이마모을루 시장 당선자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며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순간까지 싸울 8200만명의 애국자들로 가득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거에서 결과가 바뀌면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야당 후보가 다시 당선돼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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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6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집권당의 패배에 불복해 재선거 실시를 관철시켰다. 앙카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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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에게도 인구 1500만명의 대도시 이스탄불은 정치적 명운이 걸린 곳이다. 이스탄불은 자신의 고향이면서 1994년 시장 당선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로마제국 시대부터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었던 고도이기 때문에 실질적, 상징적 의미가 모두 큰 도시다.
더욱이 정의개발당이 2015년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연정을 꾸린 상태에서 앙카라와 이스탄불 시장 선거는 지난해 6월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비비시>(BBC) 방송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평소 ‘이스탄불을 장악하는 자가 터키를 장악한다’고 말했다”며 “그는 이스탄불에서의 패배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이는 위험으로 가득찬 전략”이라고 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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