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9 17:50
수정 : 2019.04.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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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사회당의 승리가 확정되자,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수도 마드리드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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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석 차지…기존보다 38석 증가
좌파 포데모스 합쳐도 과반 안돼
연립정부 구성까지는 어려움 예상
극우정당 복스 24석으로 의회 진출
프랑코 군부독재 종식 이후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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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사회당의 승리가 확정되자,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수도 마드리드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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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좌파인 집권 사회노동당이 승리했다. 극우·민족주의 바람을 타고 오른쪽으로 치닫기만 하던 유럽 정치판에서 거둔 이례적 승리다. 동시에 이번 총선에선 극우 정당이 스페인 민주화 이후 44년 만에 의회에 발을 들여놨다.
28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 개표가 사실상 완료(99.99%)된 상황에서 사회노동당이 350석 가운데 123석(득표율 28.7%)을 얻어 1당을 차지했다고 현지 일간 <엘파이스>가 보도했다. 2016년 6월 총선보다 38석이나 늘었다. 반면 보수 국민당은 기존 의석에서 무려 71석이나 줄어든 66석(16.7%)에 그쳐 2당으로 밀렸다. 중도우파 시민당(57석, 15.9%), 급진좌파 포데모스(42석, 14.3%), 극우 복스(24석, 10.3%)가 뒤를 이었다.
사회노동당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47) 총리는 “미래가 과거를 이겼다”며 “스페인 시민들은 유럽과 전세계에 반동과 권위주의, 퇴행을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6월 당시 여당인 국민당에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야권 대표로 총리를 맡아왔다.
이번 총선은 2월에 의회가 정부 예산안을 부결시키자 산체스 총리가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실시됐다. 투표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75.8%를 기록했다. 2016년 6월 총선(66.5%) 때보다 9.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실각한 국민당에 대한 심판론과 카탈루냐 분리독립 이슈 등이 맞물리며 정치적 관심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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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당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운데)가 28일 치러진 총선에서 복스가 24석을 얻어 의회에 첫 진출하게 된 것을 자축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마드리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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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대한 강한 반대 기류가 1975년 프랑코 군부독재 종식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인 복스를 두 자릿수 의석으로 의회에 진출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2013년 창당한 복스는 포용적 이민 정책 반대, 성폭력처벌법 강화 반대, 반무슬림 정책, 낙태법 강화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이다. 2016년에는 불과 0.2% 득표에 그쳤지만, 복스는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정당을 금지하는 방안 등 강경책을 제시하며 지난해 12월 지방선거에서 안달루시아 주의회에 진출했다. 복스의 이런 선전에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국민당과 시민당도 중도보다는 우경화된 정책 쪽으로 돌아서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파 정당들의 균열이 사회노동당의 승리에 한몫을 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사회노동당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연립정부 구성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좌파 정당 포데모스와 의석 수를 합쳐도 과반(176석)에 11석이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엘파이스>의 연정 시나리오를 보면, 분리독립을 주장을 접지 않는 한 손을 잡기 어려운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을 제외하고, 바스크국민당 등 다른 소수 지역당들을 다 합쳐도 과반에 1석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도우파인 시민당과 손잡는 방안도 거론된다. 사회노동당과 시민당이 연정을 구성하면 두 당의 의석만으로 180석이 된다. 하지만 국민당의 참패로 우파 내 주도권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시민당이 이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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