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23 15:59 수정 : 2019.01.23 20:30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독일 서부 도시 아헨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아헨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아헨/신화 연합뉴스

독-프 22일 아헨에서 ‘협력 강화’ 못박은 조약 서명
56년 전 양국 화해 가능케 한 ‘엘리제조약’ 강화
유럽 분열과 미국 고립주의에 맞선 대안으로 주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독일 서부 도시 아헨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아헨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아헨/신화 연합뉴스
‘2019 아헨조약’이란 글자를 배경으로 한 무대 위 테이블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란히 앉았다. 두 정상은 준비된 문서에 나란히 서명한 뒤 일어나 악수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양쪽 볼에 가볍게 키스하자 메르켈 총리가 싱끗 웃으며 그의 등을 토닥였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내빈들이 일어나 크게 박수쳤다.

‘통합의 심화’ 혹은 ‘분열의 시작’이란 중대 갈림길에 선 유럽연합을 이끄는 두 중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22일 유럽 통합의 상징 도시인 독일 아헨에서 유럽의 결속을 향한 또 하나의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 두 정상은 외교 정책과 안보 문제 등 중요 이슈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유럽의 결속 강화를 위해 전면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아헨조약에 서명했다.

56년 전 이날은 오랜 숙적 독일과 프랑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해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엘리제조약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콘라드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서 만나 화해를 선언하는 역사적 문서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유럽 통합을 주도하는 ‘특별한 관계’가 됐다. 오랜 역사적 앙금을 털어내기 위한 공동 역사교과서 만들기와 800만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의 교류 등이 시작됐다. 외신들은 이번 조약의 의미는 “엘리제조약을 발전·강화시키는 것”이라고 평했다.

두 나라 앞에 놓인 도전은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코앞에 다가온 브렉시트와 이탈리아·폴란드·헝가리 등에서 부는 반유럽연합주의 바람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를 의식한듯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이탈한다. 현재 다자주의는 거대한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이 내셔널리즘의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 관계를 강화하는 게 불가결하다. 독일과 프랑스가 책임 있는 자세로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 등 고립주의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유럽을 방문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며 그동안 전후 질서를 유지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맞서 두 나라는 “공통의 군 문화, 공통의 방위산업을 만드는 것”은 물론 “유럽군(European army)의 창설을 위해 공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밖에도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철저한 이행, 시민 교류 활성화를 위한 기금 설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두 정상의 결단이 유럽의 분열을 막는 안전판이 될지는 미지수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주째 이어진 ‘노란조끼’ 시위로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졌고, 메르켈 총리도 난민 문제로 인한 국내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임기가 종료되는 2021년 은퇴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일부 언론도 아헨조약은 “구체성이 없는 상징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반응을 내놨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