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4 22:07
수정 : 2019.01.04 22:48
4일 이탈리아 일간지 보도
“이탈리아 정보당국 보호 중”
북-미 관계 영향 끼칠지 촉각
지난해 11월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44)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한국행이 아닌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4일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조 대사대리가 (공관을 이탈한 직후) 이탈리아 정보기관들에 도움과 보호를 요청했다. 현재 미국 망명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11월 중순께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을 이탈한 직후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미국 망명을 원하는 그의 신병 처리를 놓고 미국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3일 국내 한 일간지 보도로 조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전해지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조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말 임기만료가 되는데, 임기만료에 앞서 부부가 같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조 대사대리는 2015년 5월 3등 서기관으로 부임해 1등 서기관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조 대사대리 위에는 참사관이 한명 있는데, 농업 관련 참사관이어서 조성길 1등 서기관이 대사대리를 맡은 것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관계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국외 근무 외교관들의 망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또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당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미 관계에 대해 여러 논평을 하자 욕설을 섞어가며 강한 불쾌함을 표한 바 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말수가 적고 신중한 성격의 조 대사대리가 애국심이 강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잠적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며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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