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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8 11:24 수정 : 2018.12.28 21:29

바티칸 법원 건물. 출처: 바티칸 공보실

건설업자 파산신청 사건에서 돈세탁 혐의 포착
가택연금 수사…징역 2년6개월,100만유로 압류
바티칸 은행 투명화 등 금융개혁 맞물려 주목

바티칸 법원 건물. 출처: 바티칸 공보실
교황청 법원이 바티칸 은행에서 돈세탁한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에게 사상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바티칸 교황청 공보실은 2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회삿돈을 빼돌려 바티칸 은행에서 돈세탁을 한 안젤로 프로이에티(63)라는 기업인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바티칸 은행 계좌에 있는 100만유로(12억7천만원) 이상의 돈에 대해서도 압류 명령을 내렸다.

교황청 공보실은 “이번 수사가 바티칸의 법무부 격인 정의옹호청과 금융정보국, 바티칸 경찰청, 그리고 이탈리아 수사 당국의 합작품”이라며 “이번 판결은 바티칸이 돈세탁과 테러 자금 방지를 위한 노력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바티칸이 2010년 금융개혁 차원에서 돈세탁을 범죄로 규정한 이래, 이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법원에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경찰은 바티칸 시국의 건설 공사를 도맡아온 프로이에티가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파산 신청 사건에서 횡령과 사기 등 돈세탁 혐의를 포착하고 그를 가택연금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2013년 바티칸 당국은 프로이에티의 바티칸 은행 계좌들 중 한 곳에서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를 발견한 뒤 100만유로의 자금을 동결하고 이탈리아 경찰과 공동수사를 벌여왔다. 프로이에티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확정될 경우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바티칸에는 단기 구금시설만 있을 뿐 교도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검은돈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던 바티칸 은행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력한 개혁 의지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한 이듬해인 2014년에 4조6000억원 규모의 바티칸 비밀 금고를 71년 만에 전격 공개하고, 은행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바티칸 은행과 범죄의 연관성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금융개혁을 주도했다.

바티칸 은행은 1982년 ‘신의 은행원’으로 불렸던 로베르토 칼비 전 암브로시아노 은행장이 정경유착 의혹에 휩싸인 뒤 영국 런던 블랙프리어스 다리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암브로시아노 은행은 마피아 조직들의 돈세탁 창구였으며, 바티칸 은행은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대주주였다. 이탈리아 검찰은 마피아 세력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5명을 기소했지만 2007년 최종판결에서 모두 무죄가 났고, 칼비 전 행장의 의문사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후 교황청은 대대적으로 바티칸 은행의 투명화에 나섰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 재임 기간에 5천여개의 계좌가 폐쇄됐다. 현재 바티칸 은행에는 1만5천여개의 계좌가 있는데 대부분은 전 세계 가톨릭 성당의 계좌로 알려졌다. 바티칸 은행이 운영하는 자산 규모는 57억유로(7조2000억원) 수준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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