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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6 17:28 수정 : 2018.12.06 23:01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불타는 바리케이드에 올라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눌 포토/게티이미지 누리집

유류세 유예 하루 만에 급선회
‘부자 감세·쉬운 해고·연금인상 제한’
시위대, 서민 삶의 질 하락에 분노
“프랑스 변할 때까지 시위할 것”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불타는 바리케이드에 올라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눌 포토/게티이미지 누리집
프랑스 정부가 ‘노란 조끼’ 시위대에 백기를 들었다. 시위를 촉발한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나아가 지난해 폐지한 부유세의 부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내년 1월로 예정했던 유류세 추가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줄어들 세수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필리프 총리가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미봉책이라는 반발이 들끓자 하루 만에 유류세 인상을 전면 철회한 것이다.

아울러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부유세 적용 범위를 부동산 자산에만 한정해 사실상 부유세를 폐지했다는 비판을 받는 정책의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투자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주식과 사치품(요트, 고급차, 귀금속 등)에 포괄적으로 매기던 부유세를 부동산에만 한정한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여 ‘부자들의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확실한 부유세 부활 방침은 아니지만, 시위로 터져나온 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노란 조끼 시위가 마크롱 정권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친기업 정책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업들의 규제와 조세 부담을 완화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쉬운 해고를 위해 노동법을 개정했다. 또 재정 안정을 이유로 연금 지급액 증가 폭을 제한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성장률은 1.8%에 그쳤고, 올해 성장률도 1%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1700유로(약 215만원)에서 정체됐고, 양극화는 계속 심해지고 있다. 부유세 개편으로 인한 부자 감세 효과가 32억(약 4조원)유로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류세 인상은 그 자체가 불만 요소이면서도, 여러 이유로 쌓여 있던 정권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내년 초 시행 예정이던 유류세 추가 인상으로 거둘 수 있는 세수는 20억유로로 추산 되는데, 이에 대한 부담도 운수 노동자 및 도시 외곽에서 출퇴근하는 저소득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스>는 “노란 조끼 시위대의 분노는 유류세 인상뿐만 아니라, 프랑스가 직면한 장기적 경기 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구매력 저하와 삶의 질 하락 때문에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의 목표는 유류세 철회를 넘어 불평등 해소와 정권 퇴진 요구 등 반정부 운동으로 커져왔다. 시위대 쪽은 4일 “프랑스인은 부스러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빵을 원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번 주말 네 번째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시위 지도자를 자처한 티에리 발레트는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류세 인상뿐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에 불만을 품고 있다. 프랑스가 변화할 때까지 시위할 것이다. 시민들은 마크롱 정부가 물러나길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집회에 맞춰 농업 정책에 반발하는 농민들과 트럭 노동자 등도 연대파업을 결의한 상태라 당분간 프랑스의 정치·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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