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3 17:31
수정 : 2018.12.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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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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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노동 유연화·부자 감세에 뿔난 서민들
폭력 시위 놀란 마크롱, 긴급회의 소집
경비 강화, 시위대 만남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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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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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뒤흔드는 ‘노란 조끼’ 시위로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에 친기업 정책을 비판하는 서민들의 분노가 결합하면서 정권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며 3주째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가 폭력 사태 양상을 띠자 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뒤 귀국하자마자 총리와 내무장관 등을 소집했다.
우선 마크롱 대통령은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에게 추가 폭력 사태에 대비해 주요 지역 경비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주말처럼 복면 시위대가 차량과 상점을 파괴하고 불을 지르는 사태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겐 야당 지도자들 및 ‘합법 시위’ 단체 대표단을 만나 극우 세력이 잠입해 폭력 사태를 선동하는 것을 차단할 방법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 시위에 극우 세력이 잠입해 폭력을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대응을 고려 중”이라지만 비상사태 선포는 배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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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시위대가 불을 지른 차량이 불타고 있다. 보리스 카라모프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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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 시위의 위력이 강해진 것에는 마크롱 정부가 부유층만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에 대한 부유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줄였다. 동시에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 지급액 증가 폭을 제한하고, 법 개정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노동자들의 분노가 쌓였다. 유류세 인상도 정부는 대기 오염 감소를 내걸지만, 차량으로 출근하고 일을 해야 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역차별’ 논란을 낳았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리터당 값을 경유는 7.6센트, 휘발유는 3.9센트 올렸다. 이런 영향으로 프랑스인들이 많이 타는 차에 필요한 경유 가격은 1년 전보다 23% 오른 1.51유로(약 1900원)에 이르렀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경유와 휘발유 값을 각각 6.5센트, 2.9센트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의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노란 조끼 운동 쪽은 ‘부자들의 대통령’, ‘도둑 정권’, ‘마크롱 퇴진’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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