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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5 17:09 수정 : 2018.11.25 20:39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24일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불타는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유류세 인상 계기로 폭발한 ‘반정부 시위’
경찰, 최루탄·물대포로 시위대 해산
프랑스 정부 “극우 잠입으로 시위 과격화”
마크롱 대통령도 “수치스럽다” 비판
다수 국민 시위 ‘지지’, 마크롱 지지율 ‘추락’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24일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불타는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부자들의 대통령, 마크롱은 퇴진하라”

24일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 8000여명이 프랑스 파리 시내 도로를 점거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파리를 비롯해 전국에서 10만여명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17일 처음 열린 집회에 전국에서 28만명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는 줄었지만, 시위 양상은 훨씬 과격해졌다.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밤늦게까지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이 전했다. ‘도둑 정권’, ‘마크롱 퇴진’을 요구하는 정부 규탄 구호도 터져 나왔다. 차량에 불을 지르고 보도블록을 뜯어내 던지는 참가자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파리 도심에 3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하고,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130여명이 연행됐다. 현재까지 프랑스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로 2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프랑스 내무부는 “극우단체 회원 다수가 잠입해 시위가 과격화됐다”고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시민과 언론을 공격하는 시위대는 수치스러운 줄 알라”는 글을 올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트위터 갈무리
시위는 최근 프랑스 정부의 급격한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됐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처와 대기오염 예방 등을 이유로 지난 1년간 경유세 23%, 휘발유세 15%를 인상했고, 내년 초에 추가로 유류세를 인상할 방침이다. 시민들은 기름값이 오르면 물류비용과와 상품가격이 오르고, 가계 구매력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반발했다. 화가 난 시민들이 교통사고 때 도로에서 후속사고 예방을 위해 입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나오면서 ‘노란 조끼 시위’란 별칭이 붙었다.

시위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반면, 마크롱 정권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엘라베’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3%가 시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프랑스 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선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이 한달 전보다 4%포인트 낮은 25%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마크롱 정권의 노동시장 유연화, 부유세 폐지 등에 대한 불만이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이은 시위에도 프랑스 정부는 “정책 방향은 옳다. 바람이 분다고 갈 길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당분간 시위가 사그라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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