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2 22:38
수정 : 2018.09.1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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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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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가 리스본조약 제2조 계속 위반”
민주주의 후퇴·자유 억압 ‘유럽연합 가치 위배’ 이유
‘동유럽의 스트롱맨’ 오르반 총리 겨냥 ‘실력 행사’
오르반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분열상 심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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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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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창설 이래 최초로 ‘불량 회원국’에 대해 표결권 박탈 등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에이피>(AP) 통신은 12일 유럽의회가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정부에 대한 리스본조약 제7조 발동을 448 대 197로 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의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의 제7조 발동이 유럽의회에서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헝가리에 대한 제재는 유럽연합 정상들의 동의를 받으면 집행에 들어간다.
리스본조약 제7조는 같은 조약 제2조 위반에 대한 제재 절차와 내용을 담고 있다. 제2조는 “유럽연합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 자유, 민주주의, 평등, 법치와 소수자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포함한 인권에 대한 존중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은 그동안 헝가리 정부에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며 반인권적 정책의 시정을 요구해왔다.
헝가리 정부가 ‘회원 자격 제한’이라는 중대한 처벌에 직면한 것은 극우 성향으로 ‘동유럽의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의 정책 탓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는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또한 이를 부채질하면서 갈수록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유럽연합 차원의 난민 할당을 거부하더니 최근에는 난민을 돕는 사람조차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유럽의회는 헝가리 정부가 사법부 독립 침해, 부패, 종교·표현·학문의 자유 억압, 소수자 그룹과 난민의 권리 부정 등의 잘못을 저질러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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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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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사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지배 강화 등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와 마찰을 빚어온 폴란드에 대한 제재도 추진하고 있다. 여러 회원국의 극우 정치 세력 약진, 그에 따른 유럽 공동체의 분열상 심화, 민주주의 파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동유럽 일부 회원국들에 대한 제재 추진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 간의 평등을 중시하는 유럽연합이 극약 처방에 나섰지만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할 테면 해보라’는 태도에 오히려 갈등만 커질 수 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유럽의회 표결에 대해 “친이민 정치인들이 헝가리에 가한 쩨쩨한 복수”라고 비아냥댔다. 오르반 총리는 전날 유럽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제재 발효에는 유럽연합 회원국 28개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병상련 처지에 있는 폴란드는 반대 의사를 천명해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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