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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3 17:28 수정 : 2018.09.03 21:05

러시아공산당의 주최로 모스크바 시내 사하로프 대로에서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가 열렸다. 주최 쪽은 이날 시위에 최소 1만명에서 최대 5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 곳곳서 ‘연금 개혁 중단’ 촉구 시위 확산
“푸틴 정권 퇴진” “사회주의로 돌아가자” 구호도
푸틴 지지율 급락… “장기 집권·경제난 불만 폭발시킨 계기”

러시아공산당의 주최로 모스크바 시내 사하로프 대로에서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가 열렸다. 주최 쪽은 이날 시위에 최소 1만명에서 최대 5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러시아의 ‘연금법 개정’에 대한 반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연금법 개혁에 뿔난 수만명 러시아인들이 매 주말 거리로 쏟아져 나와 ‘푸틴 정권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를 보면 2일 모스크바 시내 등 러시아 전국 각지에서 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날 모스크바 시위를 주최한 야당 ‘러시아공산당’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5만명(경찰추산 6500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시베리아 중남부 노보시비르스크,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곳곳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대는 러시아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대 사이에서 “연금법 개정 당장 중단하라” “죽기 전에 연금 타고 싶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푸틴 정권의 당장 퇴진하라” “사회주의만이 살길이다”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 월드컵 개막 날 발표한 ‘연금법 개정안’

남성 60→65살·여성 55→63살 연금 수령 늦춰
‘기대수명 66세’ 러시아 남성들 “돈만 내고 죽는다”

시위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월14일 월드컵 개막일에 맞춰 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내년부터 시작해 2028년까지 남성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을 60살에서 65살로, 여성은 2034년까지 55살에서 63살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러시아 정부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국고 압박과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 등을 법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의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월 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그의 지지율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개정안 발표 후 성난 민심이 들끓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보면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살로 40%가 65세까지 살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커졌다. 7월초부터 월드컵이 끝난 도시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시작됐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나섰다. 대통령 담화를 통해 여성의 연금 수령 연령을 63살에서 60살로 낮추고, 남성은 원안인 65살로 유지하는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반발 여론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모스크바 여론조사재단’(POF)의 조사 결과 국민 중 80%가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금법 개정은 푸틴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모스크바 여론조사재단의 조사 결과 ‘다시 푸틴에 투표하겠다’고 대답한 비율은 6월 초 62%에서 8월 초 46%로 하락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76.7%를 득표하고 4선에 성공한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비비시>(BBC) 등 외신들은 연금 개혁을 “푸틴의 20년 통치 기간 중 이뤄진 가장 위험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금법 개정이 푸틴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정치적 피로감과 4년째 이어지는 경제제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불만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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