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03 14:06
수정 : 2018.09.0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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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 열린 극우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가로막힌 가운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켐니츠/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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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도 1만여명 규모 폭력 시위 열려
옛동독 켐니츠서 이민자의 살인사건이 도화선
기성 정치권은 규탄하나…심상찮은 극우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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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 열린 극우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가로막힌 가운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켐니츠/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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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선동해 극우 집회로는 이례적으로 참가자가 1만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인종주의 구호가 난무하는 폭력적 분위기 속에 경찰이나 수천명 규모의 반극우 집회와의 충돌로 18명이 다치면서 극우의 쇄도에 대한 독일 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앞서 8월26~27일에도 켐니츠에서는 네오나치 청년들이 시위를 하고 나치식 경례를 하며, 이주민으로 추정되는 행인을 추격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보도돼 충격을 줬다.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에서 세 번째로 큰 켐니츠는 동독 시절에는 이름이 ‘카를 마르크스시’로, 7m 크기의 카를 마르크스 얼굴 동상이 도시의 상징이다. 최근 대도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싼 임대료를 찾아온 젊은 예술가, 대학생, 창업주들이 작은 붐을 일으키고 있는 터였다. 한때 마르크스를 이름으로 삼았던 곳에서 극우가 발호하면서 더욱 드라마틱한 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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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켐니츠에서 반극우 집회 참가자들이 “우리는 모두 독일이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켐니츠/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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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니츠의 극우 폭력 시위는 살인 사건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26일 시 축제에서 시비 끝에 30대 독일인이 이라크와 시리아 출신 난민 청년들에게 살해당했다. 사건 직후 에스엔에스(SNS)로 동원된 네오나치 800여명이 애도 시위를 빙자해 난동을 부렸으나 경찰력 부족으로 제압하지 못했다. 켐니츠 극우 시위에는 사실상 독일의 모든 극우 단체들이 연합하고 있다. 27일 저녁에도 독일 전역의 네오나치 6000여명이 켐니츠로 와 폭동에 가까운 기습 시위를 했다. 병이 날아다니고, 폭죽이 터지고, 기자들에게 향하는 욕설이 난무했다. 극우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도 열렸지만 수적으로 밀렸다.
극우의 폭발적 기세에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폭력 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미하엘 크레치머 작센주 총리가 시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논쟁을 벌였다. 그는 “우리는 나치가 아니다. 언론이 거짓말을 한다”는 시민들에게 “나치 경례를 하는 시위가 평화 시위는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체데에프>(ZDF) 방송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독일인들(76%)이 켐니츠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켐니츠 사태 이후 ‘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지율은 1%포인트 더 올라가 17%에 이르렀다. 제2당인 사민당 지지율에 불과 1%포인트 뒤진다.
켐니츠 극우 시위에서는 “메르켈 퇴진”과 더불어 “우리가 인민이다”(Wir sind Volk)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구호는 1989년 동독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독일 기성 정치권은 이런 대목을 더욱 쓰리게 받아들이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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