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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5 18:26 수정 : 2005.09.26 02:24

런던테러 영향 “일자리 위협” 적대감 불법체류 추방·망명불허·복지 축소


일자리나 신변 안전을 찾아 유럽연합(EU)에 몰려드는 외국인 이주자들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불법 이주 노동자들은 유럽 나라들이 잇따라 본국으로 추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심각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회적 멸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스페인 마드리드 출근열차 테러, 올 7월 런던 폭탄테러 등으로 유럽인들이 외국인을 보는 시선이 나빠진데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해 적대감까지 표출하고 있다. 세계이주기구(IOM) 집계를 보면 현재 유럽에 정착해 사는 이주 노동자들은 약 3300만명에 이른다.

중노동·저임금=영국의 한 해 청소산업 시장은 90억파운드(16조원) 규모다. 청소 인력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다. 이주노동자 청소부는 런던에만 25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대부분은 노동법의 울타리 밖에 있다.

가나에서 온 토머스는 1주일에 75시간을 일하고 최저임금을 받는다. 7월 런던 테러가 일어난 날, 그는 경찰 충고대로 집에 머물렀다. 감독관은 그날 일하지 않은 벌로 그에게 화장실 청소만 시켰다. 허리 통증을 호소한 날은, 병가 수당도 받지 못하고 집에 가야 했다. 최근 근로조건 향상을 외치며 캠페인을 벌이던 청소부들 부지기수가 일터에서 잘렸다. 이 캠페인을 함께 벌였던 단체 ‘런던시티즌’ 회원 매튜 볼튼은 “이들이 사는 세계는 대부분 런던 시민이 알고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비비시방송>은 가짜 체류증으로 들어왔거나 비자 기한이 만료된 불법 노동자들이 청소업계에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30년 동안 청소일을 하다, 지금은 청소부 훈련을 시키고 있는 매리 슈램은 “이들은 임금을 덜 받으면서 더 넓은 지역을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국 추방 위협=이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불법 이주자들의 본국 송환 움직임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22일 합동으로 에콰도르, 콜롬비아 출신 불법이주자 125명을 비행기에 태워 본국으로 추방했다. 이번 조처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내무장관들이 지난 7월에 합의한 것이다. 이탈리아도 나이지리아 출신 불법 이주자들을 이달 안에 비행기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독일은 16개주 내무장관들이 모여 코소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 수십만명의 송환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보도했다. 독일에는 망명 신청이 불허된 22만여명의 난민이 있다. 함부르크주는 아프가니스탄이 정치적 안정을 되찾았다며 5월부터 이곳 출신 난민들을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유럽 각국의 이주노동자 현황
이러한 경향은 유럽 전체로 퍼지고 있다. 과거 자유로운 망명정책을 폈던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등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에서 망명 요청이 거부된 난민들은 사회복지 혜택이 축소됐다. 네덜란드에서도 난민들은 체류 28일 이후에는 사회적 지원이 거부될 수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망명이 거부된 난민들에게 노동시장 접근과 사회 보호 혜택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정부 관리들은 “그들은 망명이 거부됐을때부터 이미 법적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럽난민·망명위원회 패트리샤 코엘류는 “유럽 사회에서 이들은 주변화되고 힘없고 가난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가난한 나라 출신엔 더 가혹한 영국

방글라데시·체코 출신 절반이 ‘헐값 노동’

영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 수는 2001년 현재 400만명을 웃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91년부터 2001년 사이에 114만명이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늘어난 영국 인구 220만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에 따라 전체 영국 인구에서 외국 태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5.75%에서 7.53%로 높아졌다.

이민자들의 앞에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다양한 장벽이 놓여 있다. 노동법 등 각종 법적 보호장치에서 멀리 있는 것도 이들이 새 정착지에서 경제적 성공을 거두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출신지역별로도 차이가 많다. 영국 이민자들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가 가장 많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경우,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는지 보자. 10명 가운데 6명(약 63.3%)은 영국 노동자 임금의 중간값인 주당 149.20파운드(27만5천원)에도 못미친다. 주당 750파운드(138만원) 이상을 버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옛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이민자들은 47.9%가 중간치 미만의 돈을 받고 있다. 홍콩(44%), 중국(38.1%) 출신도 저임금 노동자가 많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주된 일자리는 청소나 식당 일 등 영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반면 주당 750파운드 이상을 버는 노동자들은 미국(40.56%), 스웨덴(31.82%), 오스트레일리아(27.03%), 뉴질랜드(25.37%) 등 서유럽 나라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보고서는 이란, 앙골라, 소말리아 등에서 온 망명 신청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온 이민자들보다 어렵게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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