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1 21:14
수정 : 2019.10.01 22:56
홍콩 시위대 수만명 시진핑 초상화 불태우며 시위
췬완서 경찰 쏜 실탄에 가슴맞은 학생 병원서 수술
또다른 1명도 크게 다쳐…경찰과 충돌서 31명 부상
송환법 폐지 발표로 동력잃던 시위 다시 격화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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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췬완에서 열린 ‘국경절 애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가슴을 맞은 한 남성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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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홍콩에서 열린 ‘국경절 애도 시위’에 참가한 18살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홍콩 경찰이 공중으로 ‘실탄 경고 사격’을 한 적은 있지만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의 실탄 발포로 시위 참가자가 쓰러지면서 홍콩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홍콩 췬완 호이파 거리에서 ‘국경절 애도 시위’ 도중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경찰이 쏜 실탄을 가슴에 맞아, 홍콩 외곽 콰이청에 있는 프린세스 마거릿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총을 맞은 남성은 바닥에 눕혀진 채 경찰의 응급조처를 받다가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 함께 온 친구는 “총을 맞은 남성이 ‘폼5’(중등과정,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학생이며, 상태가 위중해 수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이송돼 가슴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데페아>(dpa) 통신은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총을 맞은 이 학생 외에도 또 1명이 크게 다쳤으며, 이들을 포함해 시위 도중 다친 사람이 31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의 실탄 발포는 췬완 거리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던 중 벌어졌다. 경찰 대변인인 욜란다 유는 “시위대가 몰려들자 경찰관이 실탄 한 발을 쏴 18살짜리 청소년의 왼쪽 가슴을 맞혔다”며 실탄 발포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며, 당시 경찰관들이 시위대에게 포위돼 공격을 받는 상황 속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강변했다. 그는 총상을 입은 학생이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온라인에는 발포가 일어날 당시 거리 현장 등을 담은 동영상 두 건이 유포되고 있다. 동영상에는 6명 정도의 경찰관이 마스크를 쓴 12명의 시위대와 대치하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우산과 쇠막대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자 이 시위 참여자 쪽으로 몸을 돌린 경찰이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이후 영상에는 권총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면서 총알이 발사되고, 이에 맞은 한 남성이 뒷걸음을 치다가 쓰러지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영상엔 땅바닥에 쓰러진 남성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를 병원에 보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이 남성은 이름을 묻는 주변 사람에게 ‘청즈젠’이라고 이름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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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 홍콩 췬완에서 열린 ‘국경절 애도 시위’ 도중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벌어져, 경찰관이 권총을 빼들고 시위대를 겨누고 있는 모습(가운데)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홍콩/캠퍼스티브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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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은 사상 최대 열병식과 군중 퍼레이드 등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홍콩에선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국경절 애도 시위’가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벌어졌다.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은 애초 이날 오후 2시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지만,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국가에 의해 희생됐으므로 국경절은 국가의 경사가 아닌,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인권전선의 제안에 따라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애도’를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나왔다. 경찰의 불허에도 시민들은 빅토리아공원에 모여들었고, 시위대 일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람 장관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등 극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췬완, 야우마테이 등 시내 곳곳에서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을 던지며 맞섰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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