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4 16:28
수정 : 2019.08.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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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대가 14일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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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서방기업들 ‘컨틴전시 플랜’ 돌입
악사보험 “시위 격화 일찍 퇴근” 독려
태국, 자국민 송환 항공기 급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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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대가 14일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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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주째에 접어든 홍콩 시위사태가 장기화하고 날로 격화하면서 홍콩 주재 서구 기업들이 ‘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 정국불안 지속에 따라 홍콩 시내 은행점포 등을 포함한 기업마다 비즈니스 일정이 연기되고 종업원들은 집에서 재택 근로를 하거나 조기 퇴근하는 일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 홍콩 소재 기업조직마다 홍콩 시위사태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고 각각의 전개 양상에 맞는 대응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주재 은행가와 기업 임원들에 따르면, 사회 불안 확산으로 기업에서 비즈니스 미팅과 거래 협상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홍콩에 근거지를 둔 3명의 투자은행가는 “이달로 예정돼 있던 투자로드쇼가 9월로 연기됐고, 중국 부동산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달러표시 채권 매각계획도 연기됐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가는 고객과의 미팅을 위한 홍콩 여행계획을 취소하고, 중국기업 회사채 발행에 종사하는 비즈니스 임원도 홍콩 업무여행을 연기했다.
세계적인 거대 자산관리기업인 블랙록은 오는 9월 초에 홍콩 포시즌스호텔에서 열 예정이던 콘퍼런스 일정을, 시위 격화에 따라 내년 2월로 결국 연기했다. 다수의 홍콩 주재 서구 기업들은 종업원들에게 시위 사태동향을 알려주는 브리핑을 자주 열고, 시위로 인해 위험에 처하거나 출근이 어려워질 때 취해야 할 행동요령 안내문을 구성원들에게 회람시키고 있다. 홍콩에 2천명가량을 고용하고 있는 유럽기반 거대보험회사 악사(AXA)는 홍콩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안전팀을 새로 가동하고 있고, 시위 격화 때는 일찍 퇴근하라고 임직원들에게 종용하고 있다. 관리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 근무를 최대한 허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시내 대중교통과 자동차운행 관련 도로 상황 등 실시간 업데이트 정보를 홍콩지사 근무자들에게 시시각각 전달해주고 있고, 시티그룹은 시위대에 지점이 봉쇄될 경우에 대비해 고객들에게 미리 모바일 뱅킹을 안내하고 있다. 시티는 지난 1일 종업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시위 참가 여부와 관련해) 은행은 발언의 자유를 존중하고 저항에 동참하는 시민 권리를 인정한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고객에 대한 봉사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6월 중순에 홍콩 시내 애드미럴티 비즈니스 지구에 있던 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7월 말에도 시 외곽에 있는 우엔 롱지구 지점을 잠정 폐쇄했다. 시위 대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지역으로, 직원·고객 안전을 위한 조처였다. 고객에게는 근처 다른 지점들을 방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비즈니스 전문 여행기업인 ATG의 최고경영자 태미 크링스는 “지난 12일 시위대의 공항 점거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고객들에 보내는 홍콩여행 주의보 수위를 더 높여야 할 때가 됐다. 현재로선 반정부 시위가 어느 지점에서 ‘티핑(tipping) 포인트’에 이르게 될 것인지, 또 어느 시점에서 대규모 분출양상으로 바뀔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의 국제공항 점거로 홍콩에 발이 묶인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항공기를 급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간 <방콕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태국 공군이 C-130 허큘리스 수송기와 에어버스 A340기를 준비 중이며, 필요할 경우 관계자들과 함께 홍콩에 보낼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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