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1 22:45
수정 : 2019.07.21 23:00
|
7주차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무더위 속에 열린 21일 도심 행진에도 홍콩 시민 43만여명이 참가했다. AP 연합뉴스
|
식지 않는 참여 열기…21일 반송중 행진 43만여명 참가
일부 시위대 중국 연락사무소 앞 기습시위
애초 대규모 집회 예정…안전 우려 경찰 요청에 행진으로
경찰, 행진 구간 제한…행사 시작 전부터 시민사회 반발
곳곳 도로 봉쇄, 밤늦게까지 시위대-경찰 충돌
꽃을 든 노인 시위대, “아이들 보호, 우리가 한다”
|
7주차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무더위 속에 열린 21일 도심 행진에도 홍콩 시민 43만여명이 참가했다. AP 연합뉴스
|
7주차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의 열기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열린 시민사회의 대규모 행진 이후 일부 시위대가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로 몰려가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시위대는 도심 곳곳을 봉쇄하고 밤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행진을 기획한 민간인권전선 쪽은 애초 입법회와 정부청사가 몰린 애드미럴티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안전 문제를 우려한 경찰의 요청에 따라 거리 행진으로 바꿨다. 하지만 경찰 쪽이 행진을 빅토리아 공원에서 완차이 지역까지 짧은 구간으로 제한하면서, 행진 개시 전부터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날 홍콩 중심가 빅토리아 공원에서 오후 3시30분께 시작된 반송중 시위대 거리 행진에는 저녁 7시가 넘어서까지 행진 지점에 참가자들이 계속 모여들 정도로 붐볐다.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에 저항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받쳐 들고 반송중 조례 완전 철회와 캐리 람 행정장관 사임, 경찰 폭력진압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일부 시위대는 언론과 만나 “캐리 람 행정장관 정부는 물론 입법회까지 모두 해산하고, 간선제가 아닌 직접 선거로 새로운 입법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30분께 행진대열이 허가된 종착 지점에 도착한 뒤에도, 대다수 참가자는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흩어진 행진대열 중 일부는 완차이 지역에서 퀸스웨이를 거쳐 센트럴 지역으로 향했으며, 일부는 애드미럴티 지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이잉푼 지역에 자리한 중앙인민정부 홍콩 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중국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사무소)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려갔다. 특히 시위대가 연락사무소 주변으로 몰려들 당시 현장에는 별다른 경비 병력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여서 긴장감을 더욱 키웠다.
|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에 설치된 중국 당국 문양이 21일 시위대가 던진 페인트로 얼룩져 있다. REUTERS 연합뉴스
|
시위대가 연락사무소 현판에 계란을 던지는가 하면 건물 주변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는 등 중국 중앙정부를 직접 겨냥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임에 따라 홍콩 경찰은 즉각 강제진압을 경고했다. 다행히 시위대가 경찰 진압작전에 앞서 자진해서 물러나면서 큰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초저녁부터 도심 곳곳을 시위대가 봉쇄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도 끊이지 않았다. 홍콩 경찰 당국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 지역 접근을 자제할 것을 호소한 가운데, 시위 진압 장비로 중무장한 경찰에 맞서 시위대가 쇼핑몰 등에서 종이박스를 겹쳐 보호장구를 만드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저녁 8시께 센트럴 지역에선 시위로 교통 흐름이 끊기자 운전석에서 나와 시위대를 향해 비난을 퍼붓던 남성이 시위대에게 뭇매를 맞아 구급요원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날 행진과 집회에선 시위대의 주축인 젊은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홍콩 시민사회의 노력이 돋보였다. 꽃다발을 든 초로의 시민들이 팔짱을 끼고 시위 현장 곳곳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키 추이(50)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우리는 교사, 사회복지사, 언론인, 평범한 나이 먹은 홍콩 시민들이다. 그저 젊은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왔다. 평화로운 시위를 위해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꽃을 들고 긴장감을 낮추고자 한다. 아버지로서, 그저 아이들이 안전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홍콩 교계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지점에서 충돌을 막는 ‘인간방패’ 구실을 하기 위해 7명씩 6개팀을 꾸려 시위 현장에 보내는 등 폭력사태 발생을 막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이어졌다. 민간인권전선 쪽은 이날 행진 참가자를 43만여명으로 추산했다. 행진을 기획한 민간인권전선 쪽은 이날 행진 참가자를 43만여명으로 추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