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민들이 20일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시진핑 주석을 환영하고 있다. 평양/신화 연합뉴스
김정은 부부 직접 마중…양국 정상 대형 초상화
김 “25만명이 거리 나와 시 동지 열렬히 환영”
환영식→카퍼레이드→또 환영식 극진한 예우
중 언론, 대대적 보도로 대미 협상 지렛대 과시
평양 시민들이 20일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시진핑 주석을 환영하고 있다. 평양/신화 연합뉴스
14년 만에 중국 최고지도자를 맞은 평양은 환영 열기로 들끓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전한 장면들은 북한이 시진핑 주석의 방북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보여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순안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간 것부터가 극진한 예우를 상징한다. 김 위원장 부부는 시 주석 부부가 내려오는 전용기 트랩 아래에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박수를 치며 손님들을 맞았다. 양국 국기가 게양되고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시진핑의 우리 한자음) 동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쓰인 펼침막이 걸렸다. 활주로에는 두 정상의 대형 초상화가 설치됐다. 두 정상은 예포 21발이 울리는 공항 환영식에서 인민군 3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평양 시민 1만여명이 꽃을 흔들며 수교 70돌에 평양을 찾은 시 주석을 반겼다. 김 위원장 부부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회담 때도 순안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은 바 있다.
이어진 환영행사도 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대했다. 두 정상은 모터사이클 21대의 호위 속에 여명거리에서 무개차로 갈아타고 금수산태양궁전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연도를 가득 메운 인파가 “습근평” “만세”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25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시 총서기 동지를 열렬히 환영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갈무리, AP 연합뉴스
이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공항 환영식에 이어 거푸 환영식이 열린 것도 이례적이고, 이곳에서 외국 정상 환영식이 열린 것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걸렸으며, 풍선 수만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복 차림의 시민들이 춤으로 시 주석을 환영했다. 금수산태양궁전 앞을 환영행사장으로 정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주검이 안치된 이곳에서 양국 관계의 역사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 주석은 2001·2005년 각각 방북한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는 달리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엔 두 정상이 북-중 친선의 상징인 조중우의탑을 함께 찾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우의탑 보수 공사를 대대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형제적 중국 인민의 친선의 사절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제목의 특집 사설을 20일치 1면 머리로 올렸다. 사설은 “평양은 뜨거운 환영 분위기로 설레이고 있다”며, 시 주석 방북을 “우리 인민의 정의의 위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성의 표시, 커다란 고무”라고 했다.
중국 언론도 시 주석 방북을 크게 보도하며 선전에 열을 올렸다. <시시티브이>의 저녁 8시 메인 뉴스는 이 소식을 환영식 장면을 중심으로 13분간 보도했다. 이 방송이 하나의 소재에 이 정도 시간을 할애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시 주석의 방북 계획이 전격적으로 발표됐을 때,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전쟁 담판을 벌일 그가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언론이 시 주석 방북을 크게 보도한 것도 북-미 대화와 관련해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상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북쪽 매체들은 시 주석의 평양 도착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노지원 기자 inhwan@hani.co.kr[한겨레 라이브] 뉴스룸톡 | 정세현의 시진핑 방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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