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일시적으로 일반인의 조문을 허용했던 지난 21일 오전 베이징 왕푸징 푸창후퉁의 자오쯔양 빈소 앞에 그를 추모하는 수많은 소자보들이 붙어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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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앞 떨고 있는 중국
재평가 둘러싸고 긴장
자오쯔양 중국공산당(이하 당) 전 총서기가 타계한 지 1주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자오 전 총서기의 빈소 접근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고,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중앙정치국이 25일 갑자기 ‘중국의 정치체제’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이날치 홍콩 <대공보>는 이번 회의의 주제가 ‘당이 영도하는 다당 합작과 정치협상 제도 건설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라고 전했다. 보도를 보면, 회의를 주재한 후진타오 총서기는 “중국에서 사회주의 정치문명을 건설하려면 반드시 자기 나라 실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정치제도 모델을 그대로 베끼거나 그냥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화통신> 부사장을 지낸 원로 당원 리푸는 홍콩 인터넷 언론 <대기원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오 전 총서기 재평가를 촉구했다. 바로 전날인 24일, 자오 전 총서기의 빈소가 있는 베이징 푸창후퉁 그의 집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홍콩 <명보> 기자 등 2명이 추방당했다. 추방은 이들을 포함한 4명의 기자들이 그 전날 공안에 붙잡혀 연행당한 지 하룻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처였다. 2명은 여전히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당국은 21일부터 자오 집 주변에 정·사복과 무장 경찰들을 24시간 배치해 놓고 일반인 조문과 외국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또 이날 이후 중국의 모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오쯔양’에 관한 페이지와 자오에 관한 외신, 추모의 글들을 담은 페이지들이 모두 차단당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25일 이날 긴급 소집된 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17일 사망한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이례적인 사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공보>는 이날 회의에서 1989년 당 중앙이 통과시킨 ‘당이 영도하는 다당 합작과 정치협상 제도의 견지와 완성에 관한 당 중앙의 의견’이란 문건이 “이 문제에 관해 이미 중요한 지침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89년 문건이란 바로 천안문 사태 이후 ‘정치개혁’ 문제에 관한 당시 당 중앙의 결의문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자오 전 총서기 사망과 장례문제, 그리고 그와 관련한 중국사회 분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그 단면를 보여준다. 당국은 자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유족들과의 갈등 속에 장례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칫 자오 재평가 요구가 ‘정치체제 개혁’ 요구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리푸는 <대기원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오 전 총서기는 백성에 대한 무력진압을 반대한 책임감 있는 위대한 정치인”이라며, 자신처럼 자오 전 총서기를 동정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3일엔 전인대 상임위원장을 지낸 완리와 차오스, 부위원장을 지낸 톈지윈 등이 “자오 전 총서기에 대한 장례를 국가 영도자의 예우에 맞게 공정하게 치러주라”는 의견을 밝혔다
<명보>는 25일 당국이 왕강 당 중앙판공청 주임(중앙정치국 후보위원)을 장례위원장으로 삼을 예정이어서 고위층은 장례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국은 애초의 방침을 바꿔 그의 유해를 국가 최고지도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바바오산 혁명공묘 제1호실에 안치하는 건 허용하기로 했다. 이 공묘 제1호실에는 주더, 리셴녠, 예젠잉 등 최고위 국가지도자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자오 전 총서기가 “1989년 동란시기에 엄중한 과오를 저질렀다”는 기존 당 중앙의 평가를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어 장례식이 언제 치러질지 아직 알 수 없는 이례적인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글·사진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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