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오쯔양 전 총서기가 생전에 서재로 사용했던 ‘쯔양수팡’(자양서방)에 마련된 빈소에는 그의 만년 모습이 담긴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조문객들은 빈소의 동쪽 방에 마련된 ‘유언실’에서 자오의 업적을 기리거나 재평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소자보’를 써 정원 담장에 가득 붙였다. 20일 베이징 왕푸징 푸창후퉁 6번지의 자오쯔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 빈소에는 그에 대한 재평가를 촉구하는 ‘소자보’들로 뒤덮여 있었다. 친척·동료·친구 외에 일반인의 조문을 금지했던 중국 당국은 19일 오후부터 일반인의 조문을 허용했으며, 그가 살던 집에 마련된 빈소에는 20일 아침부터 그의 지지자들, 대학생, 내·외신 취재기자 등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또 옛 동료와 지지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추도문을 적어 보낸 화환 100여개가 빈소를 가득 채웠다. 이날 하룻동안 적어도 1000명 이상이 조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인민은 잊지 않는다” 등 내용
대학생등 하룻새 1000명 조문 그가 생전에 거주했던 사합원(동서남북 네 면에 장방형 가옥을 짓고 가운데 정원을 갖춘 베이징 전통가옥)의 서재인 ‘자양서방’에는 그의 대형 영정을 건 빈소가 마련됐고 그의 손자·손녀와 친척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정원 사방의 벽엔 자오 전 총서기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과 더불어 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소자보’가 200여장 이상 나붙어 대학가 대자보의 벽을 방불케 했다. 자신을 농업부 관리라 밝힌 장스셴이란 조문객은 “곡식을 먹겠거든 쯔양을 생각하라”고 써붙여 오늘날 중국이 먹고살 만하게 된 게 자오 전 총서기의 개혁개방 때문임을 일깨웠고, ‘공민’ 명의의 한 격문은 “인민을 위해 일한 인간 쯔양, 바른 역사는 인민이 쓴다”, “역사는 잊지 않는다, 인민은 잊지 않는다”고 적어 그에 대한 ‘재평가’를 은연중에 요구했다. 또 자신을 ‘기자’라고 밝힌 판디란 조문객은 “중국 민주법제 개혁의 틀을 잡은 자오 동지는 영원 불멸하다”고 적어 그가 정치개혁까지 추진했음을 일깨웠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조문객은 고문체의 붓글씨로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아도 바른 도리를 가릴 수 없으며 공과 과에 대한 시비가 화려해질수록 슬픔은 간장을 끊는 듯하니 (자오에 대한) 평설에 어찌 하늘의 이치가 없겠는가” 하여 자오 전 총서기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정론’이 ‘궤변’이며 ‘하늘의 이치’에 따르면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자신을 교수라고 밝힌 한 조문객은 “자오의 모든 직함을 말살하고 인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큰 오류”라며 “개혁개방의 길을 개척한 자오 동지의 업적은 결코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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