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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8 19:45 수정 : 2005.05.18 19:45

은행·달러상 환전 시큰둥

중국 상하이 도심의 구베이신구.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상하이 최대의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큰손’인 이들 외국인을 겨냥해 중국 은행 지점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다.

“달러요? … 얼마나 바꾸게요?”

거래 외환 수가 4개에서 8개로 확대되기 하루 전인 17일, 달러를 환전하려고 한다는 말에 중국 공상은행 직원의 반응이 어쩐지 시큰둥했다. 이웃한 다른 은행들도 비슷했다. 한 중국은행 관계자는 “(상부에서) 달러를 많이 사들이지 말라고 했다”는 말로 그 속내를 드러냈다.

달러 팔 사람 많아도
사려는 사람은 없어
“절상땐 상당폭” 점쳐

은행가 근처에서 활동하는 암달러상을 칭하는 황뉴(누런 소)들한테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은행을 나서자마자 접근하던 황뉴 짱(남)은 달러를 바꾸고 싶다는 말에 이내 발길을 돌려버린다. 뒤따라가서 물어보니 그가 제시한 환율은 1달러에 8.21위안이었다. 공상은행 등의 환율과 같지만, 공식 환율(1달러=8.28위안)보다는 달러값이 훨씬 싸다. “그나마 잘 쳐준 거요. 그거라도 줄 때 파는 게 나을 텐데….”

증권거래소와 외환교역소가 있는 상하이 금융중심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여명 정도의 황뉴가 상주하다시피 하던 중국은행 지점 앞에도 지금은 한두명밖에 눈에 띄질 않는다. 위안화 평가절상 소문이 퍼지면서 달러를 팔려는 사람만 줄을 설 뿐, 달러를 사려는 발길이 뚝 끊겨 황뉴들은 생계유지조차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계 은행 상하이지점 직원은 “위안화 절상은 이미 소리없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지 진출기업 중에는 실제로 “본업보다도 위안화 자산 축적에 더 혈안이 된 곳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이나 그 시기에 관한 질문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평가절상은 소문이 아닌 실체로 이미 다가서고 있다.

위안화 절상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질 때 절상폭은 얼마나 될까? 최근 홍콩의 <명보>는 미국이 적어도 2% 이상의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선물시장의 1년물 환율은 약 7.80위안이다. 공식 환율보다 이미 6% 가량 평가절상된 것이다.

한 외국계 은행 상하이지점장은 “일단 위안화가 절상되면 2~3%대의 소폭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등이 이에 만족하지 못해 계속 절상 압력을 넣을 것이고 자칫 위안화 투기 세력의 기대치를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이 여기에 굴복해 다시 절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상하이/우수근 통신원 woosukeun@hanmail.net


“위안 가치 10% 오를때 수출영향 ±3∼4%선”

국내에선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오르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의 전체 수출 감소 폭이 미미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크게 타격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위안화가 10% 절상되더라도 중국 전체 수출 감소폭은 2%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같은 조건에서 중국의 수출은 4.4%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위안화 절상 이후 중국의 수출 감소폭이 한자릿수에 그칠 경우 원자재와 중간재를 위주로 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도 감소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정부쪽의 전망이다.

정부 비관적이지 않아
시장선 “상당한 악재”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여러 민간·국책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위안화 절상 폭이 10%에 이르는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변동폭은 14억달러 감소부터 20억달러 증가까지 편차가 다양했다”며 “전체적인 규모에서 변동폭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497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들이 제시한 변동 폭은 ±3~4%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함께 위안화 절상은 세계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아, 오히려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정부쪽은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아시아권 통화 전반에 대한 절상 압력이라는 점에서 원화의 추가 절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지만, 정부쪽은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며 느긋해하고 있다. 원화의 가치는 지난 2003년 말 1달러당 1192원대에서 최근 1004원대까지 무려 18% 이상 절상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위안화 절상 조처는 5~10% 수준에서 딱 한차례 발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수준의 위안화 절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쪽 시각과는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의 절상가능성을 적지 않은 악재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고유가와 북핵문제 등 대외 변수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위축된 가운데 위안화마저 절상되면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위안화 절상 이후의 국내외 경제적 변화는 그 때 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절상 가능성이 계속 나도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을 높여 나쁜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변형된 고정환율제 정부서 교환비 설정

중국의 위안화 페그제=는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정하는 고정환율제의 변형이다. 중국은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일일 변동폭 ±0.3%)를 도입했으나, 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치자 강력한 시장개입을 통해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8.28위안 수준에서 사실상 묶어버렸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무역적자를 키운다며 환율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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