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159% 증가세
인터넷 수익창출 ‘단비’ 중국이 ‘엄지손가락 경제혁명’을 겪고 있다. 지난 9~15일 이레에 걸친 중국의 공식 춘절(설) 휴가 기간 중국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발송된 문자메시지는 100억통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억통 발송 기록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평균 한 통 발송비를 1마오(약 14원)라고 칠 때 중국인들은 10억위안(약 1400억원)을 새해 인사 문자메시지로 소비한 셈이다. 신화통신이 펴내는 일간 <참고소식>에 따르면 중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인 중국롄퉁(연통)공사는 이 기간에 전년 대비 30%의 수익 증가율을 보였다. 홍콩 <아주주간>(야저우저우칸) 최신호(27일 발행)는 이를 ‘엄지손가락 경제혁명’이라고 불렀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손바닥과 네 손가락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잡고 엄지손가락만 이용해 문자를 입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당국의 정보통제벽을 뚫는 새로운 ‘매체’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3억3400만호에 이르렀다. 휴대전화 사용자의 증가보다 더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건 문자메시지 서비스다. 지난해 중국인들은 모두 2178억통을 발송했다. 이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1998년에 비해 210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문자메시지가 창출한 매출액은 210억위안(약 2조9400억원)에 이르렀다. 세계GSP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세계의 문자 메시지는 모두 5100억통이었는데, 이 가운데 1371억통이 중국 대륙의 공중에서 떠돈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를 날아다닌 문자메시지 전파의 4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한 것이다. 중국의 문자메시지 이용수는 2000년 10억통에서 2001년 189억통, 2002년 900억통, 2003년 1371억통, 2004년 2178억통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문자메시지가 이처럼 크게 환영받고 있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 통화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중국에서 문자메시지는 새로운 경제영역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생활양식으로 등장했다. 문자 메시지 서비스 자체가 적지 않은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익 모델이 없어 빈사상태에 빠진 인터넷 사이트들을 기사회생시키는 데도 공헌했다. 각종 상품과 공연의 예약, 구매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아주주간>은 문자메시지가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인터넷에 이어 ‘제5의 매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춘절 때 문자메시지를 통한 새해 인사는 이미 낯설지 않은 풍속으로 자리잡았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중국에서 ‘매체’ 구실을 톡톡히 한 건 지난달 17일 자오쯔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다. 자오의 유족들이 가장 먼저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오가 결국 자유롭게 됐다”는 부음을 친지들에게 보냈고,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들은 자오의 빈소에 조문이 허용됐다는 소식, 당국과 유족이 장례일정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 29일 바바오산 혁명공묘에서 추도식이 진행된다는 소식 등을 문자 메시지로 일반에 전달해 당국의 보도 통제를 돌파했다. 중국 인권단체의 한 활동가는 “기술의 진보는 모든 인위적인 통제를 무력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며 “중국에서 문자메시지는 당국의 통제 아래 놓인 기존의 매체를 대신하는 새로운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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