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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6 10:40 수정 : 2019.09.06 10:46

송환법 끌어내린 절규 “홍콩을 해방하라”

홍콩 당국의 일방적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추진으로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벌써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송중 시위는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뒤 켜켜이 쌓여온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곪아 터진 것이다. 지난 8월31일 우산혁명 5주년을 맞아 홍콩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홍콩 당국은 불허했다. 시위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리라는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홍콩의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홍콩섬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집회 신고가 필요 없는 종교집회가 홍콩섬 완차이역 부근 운동장에서 열리자 시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시위대로 바뀌었고 홍콩 관공서가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대의 규모가 늘어나 행렬의 처음과 끝이 보이질 않았다. 홍콩섬 주요 도로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로 가득 채워졌다.

수만명의 시위대는 캐리 람 장관의 공관이 있는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총과 곤봉, 최루탄 등으로 완전무장한 경찰들이 공관 입구를 봉쇄했다. 빗줄기 속에서 한 시민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행정장관 공관을 향해 울부짖었다.(사진) 주변 시민들은 “시대혁명, 광복홍콩, 홍콩인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수만명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 빌딩 인근에서 “홍콩을 해방하라”고 외치며 푸른색 레이저를 쏘았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명령하고 최루탄 발사를 경고하자 시위대는 순식간에 방독면과 고글, 헬멧을 착용했다. 최루탄이 시위대 안으로 떨어지자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뭉치기를 반복했다. 경찰은 실탄 경고사격을 하고 곤봉으로 시위대를 내리치며 체포했다.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서 밤새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송환법이 공식 철회됐지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폭력·과잉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 △체포 시위대 불처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의 나머지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잦아들지는 의문이다.

한국 현대사를 보더라도 시민들이 민주화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다. 자주권과 민주화를 열망하는 홍콩 시민들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홍콩/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9년 9월 6일자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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