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2.16 16:33 수정 : 2018.12.16 20:37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5일 미국에서 반환받은 종을 타종하고 있다. 출처: 필리핀 대통령궁 누리집

발랑기가 학살 상징 종 3개 미국에서 반환
미군에 대한 공격에 초토화 반격 뒤 전리품
1개는 미국 거쳐 주한미군이 보관하다 반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5일 미국에서 반환받은 종을 타종하고 있다. 출처: 필리핀 대통령궁 누리집
15일 필리핀 중동부 사마르섬의 발랑기가에서는 미국으로부터 117년 만에 돌려받은 교회 종 3개를 환영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필리핀 스타>는 기념식에 참석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나라 전체의 열렬한 기도 때문에 이 종들이 돌아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돌아온 종들은 여러 나라가 구미 국가들한테 약탈당한 다른 유물들에 견주면 문화재적 가치는 별로 없다. 모두 19세기에 주조한 평범한 구리 종이다. 그런데도 필리핀 정부는 꾸준히 반환을 요구했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이를 언급했다. 필리핀이 반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약탈 과정에서 필리핀인들이 겪은 큰 고통 때문이다. 미국 식민지가 된 지 3년 만에 발생한 발랑기가 학살이 그것이다.

1901년, 발랑기가의 필리핀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미군 9연대 C중대 병사 48명을 사살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토벌에 나선 제이컵 스미스 준장은 “포로는 필요 없다. 죽이고 불태워라. 너희가 더 많이 죽일수록 내가 기쁠 것이다. … 사마르섬을 들짐승이 울부짖는 황야로 만들라”고 했다. 마을들은 불태워지고, 총을 들 수 있다는 이유로 10살 이상 남자는 살해당했다. 수천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만명이 살해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군은 불에 탄 교회에서 발굴한 종 3개를 전리품으로 챙겼다. 2개는 미국으로 보내져 와이오밍주 군부대에서 전시됐다. 나머지 1개는 필리핀인들이 공격 개시 신호로 타종한 것인데, 미국으로 갔다가 2사단 9연대가 한국에 배치되면서 한국으로 왔다. 이 종은 2사단 영내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필리핀 쪽에서는 1950년대부터 반환 요구가 나왔다. 1990년대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쪽은 자국의 공공 자산이라는 이유로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반환 의사를 밝혔다. 올해 8월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필리핀인들의 한이 서린 종 3개는 일본에서 다시 만나고, 이어 13일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인수식을 통해 117년 만에 필리핀 땅에 돌아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