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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3 13:13 수정 : 2018.11.23 21:02

미 선교사, 포교 위해 인도양 섬 상륙했다 피살
완전히 고립된 북센티널섬 부족, 외부인에 적대적
인도는 섬 접근 금지 법률…범인 확인도 어려워
선교사 가족 “자유의지로 간 것” “관련자들 용서”

외부인 접근이 금지된 인도양 원주민들을 상대로 포교에 나섰다가 피살된 미국인 선교사의 가족이 살인자를 용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 존 앨런 차우(26)는 17일께 인도 동쪽 벵골만의 안다만해에 있는 북센티넬섬에 상륙했다가 원주민이 쏜 화살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선을 빌려타고 근처까지 간 뒤 혼자서 카누를 타고 섬에 상륙했다고 그를 배에 태워준 어민들이 진술했다. 어민들은 차우가 해변에 발을 디디자마자 화살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차우는 원주민들에게 생선 등 선물을 건네려고 했으며, 피살당한 뒤 해변에 묻힌 것으로 전해졌다.

존 앨런 차우.
인도 경찰은 차우를 섬에 데려다준 어민 등 7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화살을 쏜 원주민의 신원은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비비시>(BBC)는 인도 당국이 헬리콥터와 배를 띄워 수색에 나섰으나 주검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주검을 수습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전했다.

차우의 가족은 비보를 접하고 몇시간 뒤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그를 추모하고 가해자에 대한 용서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그는 하나님, 삶,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센티널섬 사람들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되는 이들을 용서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스스로 자유 의지에 따라 그곳에 갔다”며, 차우를 섬에 데려다준 이들도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인도 당국에 요청했다.

차우 가족이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은 북센티넬섬 원주민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곳 원주민들은 ‘문명’을 철저히 거부한 채 수렵·채집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부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섬에 접근하는 외부인은 적으로 대해왔다. 고립 부족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생활상은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인도 정부는 섬에 접근하는 외부인을 징역에 처한다는 법률도 만들었다. 외부인과 함께 들어온 독감이나 홍역 바이러스만으로도 이들의 생존에 치명적 위험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 접근을 차단하는 주요 이유다. 지리상의 발견 시대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이들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면역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차우는 북센티널섬에 대한 포교에 큰 열정을 보여왔다. 차우의 가족이 공개한 기록을 보면, 그는 과거에도 어선을 타고 이 섬에 상륙한 적이 있다. 조우한 원주민에게 현지어로 말을 걸려고 시도하고 찬송가를 불렀다고 했다. 그는 “내 이름은 존이다. 난 당신을 사랑하고 예수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원주민이 쏜 화살이 성경을 관통했다고 한다. 그는 “이 섬에 예수의 왕국을 건설하려고 한다”, “내가 죽더라도 원주민들을 비난하지 말라”고 썼다. “주여,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라는 문장도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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