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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8 16:37 수정 : 2018.10.28 21:16

26일 베이징 조어대 영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나라는 이날 만남에서 양국 관계의 개선을 약속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시진핑-아베 ‘관개 개선’ 왜?

중국, 미국과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
영토·역사 대립 유예하고 우군 모집
일본, 미국 TPP 일방탈퇴에 위기감
경쟁국서 동반자 관계 ‘전략적 제휴’

경제·한반도 문제 등에만 이익 일치
다른 현안 불신 깊어 살얼음판 예상

26일 베이징 조어대 영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나라는 이날 만남에서 양국 관계의 개선을 약속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2014년 11월10일 전세계 언론의 맹렬한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베이징 인민대회당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로 양국 관계가 파탄 난 지 2년2개월 만이었다. 회의실에는 통상적인 정상회담 외교관례와 달리 양국 국기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공식 회담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답하지 않았고, 화난 듯한 굳은 표정도 풀지 않았다.

5년 만인 지난 26일 베이징 조어대 영빈관에서 두 정상이 다시 마주했다. 시 주석은 온화한 표정으로 아베 총리를 맞아 악수한 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두 정상의 뒤엔 5년 전과 달리 양국 국기가 3개씩 설치돼 있었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의 모두발언에서 “객관 정세의 변화가 중-일 쌍방의 고도의 협력 가능성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객관 정세의 변화’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현실화된 ‘미국 제일주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뒤, 미-중은 7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서로를 향해 세 차례 보복 관세를 주고받았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을 건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영토·역사 문제 등으로 오래 대립해온 대일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결심했음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군사면에선 2015년 4월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미-일 동맹을 기존의 ‘지역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한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에서 일방 탈퇴하며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나서자 중국의 손을 맞잡기로 결심했다. 이를 드러내듯 아베 총리는 “경쟁에서 협조로 일-중 관계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 올리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은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NSS)에서 중국을 ‘경쟁국’이라 명시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은 중국과 ‘경쟁에서 협조’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중-일의 이런 급속한 접근에 대해 ‘동상이몽’ ‘타산에 의한 접근’(<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양국은 서로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 깊고,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지 않아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관계가 휘청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양국은 휘발성이 큰 영토·역사 문제는 가급적 ‘유예’하고, 이익이 일치하는 △경제 실무협력 △민간교류 △한반도 비핵화 등 현안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일은 이날 양국 관계의 ‘화약고’인 동중국해 문제에 대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확인했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탈퇴한 티피피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다. 쥐젠둥 칭화대 국제경제연구소 교수는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관계 심포지엄에서 “일본이 선도해온 티피피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미국이 빠진 상황에서 왜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애초, 티피피는 미-일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주도의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지만, 미국이 빠졌으니 중국이 역으로 참여해 미국을 고립시키겠다는 뜻이다.

중-일의 접근에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 인터넷 방송인 <휴 휴잇 쇼>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미-중) 관계의 경쟁적 특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며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것이든, 불공정한 무역 규칙이든,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이나, 우주로 진출하거나 군을 개발하려는 노력이든 중국의 이런 움직임들은 미국의 강하고 격렬한 반응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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